[기자수첩] 경제 위기 대처 납품대금연동제로 ‘기초체력’ 키워야

입력 2023-02-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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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예지 기자(sunrise@))
잇따른 각종 공공요금과 물가 인상 등은 국외 변수의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코로나19는 국경 봉쇄를 만들어 상품 수출입을 어렵게 해 물가 상승을 야기했다. 상황이 불안해지니 전 세계 투자자는 안정화폐인 달러에 투자해 환율이 올라갔고, 대출 원금을 못 돌려받을 것을 두려워한 각국 은행은 금리를 높였다.

한국은 세계 경제 의존도가 높다. 수출입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상품 공급이 안 되면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 식량 자급률이 낮아서 세계 물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도 바로 오른다. 세계화 상황에서 자급자족하는 경제를 만들 수는 없다. 외부 경제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내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내수 경제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는 전체 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매출 구조가 튼튼해야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소득이 올라가고, 소비도 함께 늘어나 경제 순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국내 중소기업 약 35%가 대기업과 하청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 매출의 83.7%가 대기업에서 나온다. 간접적 하청 관계까지 합하면 60% 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들 기업의 매출이 좋아지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이러한 취지에서 법제화됐고, 올해 10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납품대금연동제 로드쇼에 대기업 경제인 단체들이 참석하지 않는 등 시행 전부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이 큰만큼 이들이 잘 되어야 소속된 노동자의 소비 등이 늘어나 대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수경제 자체가 튼튼해져야 대기업도 외생변수에 덜 흔들릴 수 있다.

부정적인 입장만 일관되게 표할 게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이자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납품대금연동제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대기업과 관련 경제인 단체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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