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하드캐리' 무색…美 SEC '하드코어' 규제 [기로놓인 가상자산 부활]

입력 2023-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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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당국 "코인 증권성 판단"
투자자 보호 위한 고삐 죄기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정조준
세계시장 출렁…韓도 영향권

올해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크립터 윈터(침체기)의 끝은 멀어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포함해 각국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고삐를 조이면서다. 규제 여파로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가 출렁거리면서 봄눈 녹듯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성’ 판단 가늠자, 리플-美SEC 소송 = SEC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상자산 대부분이 증권성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공백을 우려하면서, 가상자산을 주식과 마찬가지로 증권법 아래 두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 가상자산 업계의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수차례 언론 인터뷰와 공식 석상에서 가상자산의 증권성과 SEC 규제의 정당성과 설파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빨래방 동전이 아니다. 현재 1000여 개에 달하는 가상자산 대다수가 유가증권에 해당한다“면서 “증권법은 가상자산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SEC는 가상자산 시장을 감독할 권한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규제의 시작은 2020년 12월 SEC-리플 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플의 증권성을 두고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송은 글로벌 코인 시장의 관할권에 척도가 될 소송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규제 고삐는 올해 초 시작됐다. SEC는 올해 1월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미니와 제네시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고, 2월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을 기소했다.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가 예치금 분리 및 투자자 보호 장치가 부실하다는 판단이다.

스테이킹은 투자자가 보유한 가장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일정 기간 예치하면 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SEC는 크라켄이 스테이킹을 통해 고객들이 예치한 가상자산을 실제 제대로 스테이킹하는지 의심하고 있다.

SEC가 겨냥한 건 스테이킹의 투명성이지만, 현재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SEC가 스테이킹 서비스를 모두 중단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기소가 이뤄진 당일 크라켄은 미국 내 모든 고객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했다. 크립토 윈터로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스테이킹으로 수익을 내던 거래소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SEC가 가상자산 스테이킹을 금지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며 “스테이킹으로 사용자가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확장성과 보안 강화, 탄소 감축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美 규제 예의주시…장기적 성장에는 긍정적 = 미국 금융당국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까지 겨누고 있다. 12일 뉴욕금융감독국(NYDFS)은 스테이블 코인 시총 3위인 바이낸스 코인(BUSD)의 발행 중단을 명령했다. SEC는 발행사 팍소스에 미등록 증권 발행 유통을 경고하는 ‘웰스 노트’를 보내고, 현재 기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 화폐 혹은 다른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BUSD는 달러에 1대1로 페깅하는데, SEC는 스테이블 코인이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성을 띈다고 보고 있다.

BUSD가 세계 3대 스테이블 코인으로 꼽히는 만큼, 기소 등 구체적인 법적 조치가 내려지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와 USD코인(USDC)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미국의 규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김부곤 금융감독원 디지털혁신국장은 “미국이 종전까지 자율적인 규제 체계였다면, 최근에는 좀 더 엄격하고 직관적인 규제 체계로 변했다”면서 “우리 감독 당국에서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규제가 국내 규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리 금융 당국은 유통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거래소나 발행인 등 이해관계자가 먼저 판단하고, 쟁점 시 금융감독원 TF를 통해 사례별로 판단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시장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마련해 나간다면, 2023년은 관련 업계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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