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실손 청구 간소화법’ 다음주 정무위 법안소위서 또 빠져

입력 2023-02-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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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무조건’ 처리 의지 높였던 정무위
전날 법안소위안건 최종에서 갑자기 제외
내달 8자 협의체 개최 예정 "계획대로 할 것"

▲그래픽=신미영 기자

모든 국민이 병원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보험업법 개정안)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지 못하게 됐다. 강력 반발했던 의료계가 대화의 장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막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안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번엔 ‘무조건’ 처리 의지 높였던 정무위…막판 갑자기 안건서 빼

23일 국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오는 27일 법안심사1소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포함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은 전날까지만 해도 법안소위 심사안건에 5번째 순서로 상정돼 있었지만 이날 최종 논의 안건에서는 제외됐다.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의 요청으로 심사안건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 “(자신이) 안건을 넣으라 말라 할 권한이 없다”며 “내달 8자 협의체 개최는 예정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허탈한 분위기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계의 반대가 여전했고 여야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내달 윤 의원실이 주도한 ‘8자 협의체’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안 심사가 먼저 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만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정무위 의원실에 설명하러 다니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힘썼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 의장도 “청구가 불편해 병원 진료비 등 소액 보험금은 청구를 포기하는데, 의료계가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하겠다”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입법과제로도 보고됐으며, 금융위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재차 추진 계획을 밝혔다. 실제 21대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6개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부와 국회가 십여 년간 보험업법 개정에 나서려는 것은 실손보험 청구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서류 발급을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고령층 등 일부는 이 같은 불편함에 보험에 가입하고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은 반길만한 변화가 아니다. 개선되는 점이 있다면 매년 1억 건의 실손보험 심사에 드는 서류작업 감소 후선업무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을 통한 제도 도입은 비급여 진료 정보를 심평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돼 진료 자율성이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보험사 입장에선 소액 보험금 청구가 지금보다 늘어나면서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게 되지만 비급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산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소비자 편익 개선 측면에서 제도 변화에 동의하는 것이지 보험금 지급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비급여 정보가 한 곳에 모이는 빅데이터로 숨겨진 보험사기 적발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해 이 점은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8자 협의체’ 내달 첫 회의…보험개발원, 중계기관 대안 될까

14년째 공회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이번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된 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의료계가 마침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8자 협의체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8자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관련 토론회를 마련한 윤 의원이 제안에서 비롯됐다. 당시 윤 의원은 “제도 도입의 주도권을 전문가그룹에 위임해야 한다”며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금융위는 내달 9일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8자 협의체’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소비자단체(의협추천, 금융위 추천), 보험업계,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청구 간소화에는 기본적인 입장을 같이했던 의료계는 그간 심평원 중계 방안에 난색을 보이며 참여를 유보해 왔지만, 당국과 정치권의 설득에 제도권 논의의 장으로 들어오게 됐다. 더욱이 쟁점 사안이었던 보험금 청구 중계기관 문제도 대안이 어느 정도 마련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업무부담 과중’ 등의 문제가 있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 통과를 저지해왔다. 특히 건강보험지급 심사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보험금 청구 중계기관으로 논의되자, 급여 항목에 이어 비급여 정보까지 집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당정은 중계기관 후보에서 심평원을 제외하고, 보험개발원과 함께 신용정보원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당국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으로 대체해서 의협에서도 반대할 논리가 없을 것”이라며 “보험개발원으로 쌓이는 정보들도 집적되면 비급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며, 시스템 구축 비용은 어디가 됐든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개발원은 또 자동차수리비온라인서비스(AOS) 구축할 때 경험이 있어서 시스템 구축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험사기와 관련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보험사기방지법안이 중점법안으로 분류돼 6번째 안건으로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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