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그것이 생계를 위한 것이었는지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내 안에서 맴도는 질문일 뿐, 30대에 시작한 야간 근무가 40대에도 이어져 직장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아 몇 차례 재검 후에 결국 감기도 위장장애도 아닌 혈압으로 병원을 오게 됐다. 사실은 야간 일이 끝나고 낮에 잠시 다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도 이야기했다.
혈압은 경계 수치였다. 잘만 조절하면 혈압약을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경계의 지점이었다. 야간근무를 그만둘 수 없냐고 물었다. 30대에는 수당이 많아서 자원했지만, 40대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고 한다. 낮 동안이라도 잠을 잘 자서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낮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그만두겠다고 했다.
김행숙 시인은 ‘어둠은 하루치 빛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했다. ‘슬픈 죄와 고통을 바다처럼 품어주는 가슴 같은 것’이라고 했다. 밤이 있어야 하루 동안의 슬픔과 고통을 어둠에 내어 맡기고 다음 날을 살 수 있는 하루치 빛을 키울 수 있다. 밤낮이 바뀐 근무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내어 맡길 수도 없고 어제 같은 오늘이 새로운 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빼앗아 버린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근무를 2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5년 이상 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여성은 총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근로 사업장은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하고 근로자에게 휴게 시설 및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주문이 많아지면서 야간근로자는 더 많아졌다고 한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사회가 돌아가기도 한다. 응급실에서 일하시는 분들, 소방관들, 택배 기사님들…. 그렇게 밤을 새웠다면 그만큼의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는 삶은 지켜져야겠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