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에 소·맥값도 오른다…부장들은 회식이 부담된다

입력 2023-02-22 15:39수정 2023-02-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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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A 부장(50)은 최근 치솟는 물가에 회식이 부담된다. 부서원은 A 부장을 포함해 10명. 법인카드 한도는 수년째 그대로인데 삼겹살과 치킨 등 주요 회식 메뉴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맥주와 소주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개인 돈을 보태 회식 자리를 마련해야 할 처지다. 올 상반기에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또 한 차례 오를 예정이라고 하니 이참에 부서 회식 횟수를 줄여볼까 고민 중이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회식비 부담도 늘고 있다. 수년 사이 치킨값과 삼겹살 값이 크게 올랐고, 지난해에는 소주와 맥주 출고가가 3~6년 만에 일제히 인상되면서 식당가에서 5000원 미만의 주류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문제는 올해 4월 이후 소주와 맥주 가격이 또 한 차례 오르면서 회식비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뉴시스)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에 음식점 간판들이 보이고 있다.

◇ 삼겹살·치킨 회식 때 2년 전보다 15% 가량 더 써야해

22일 본지가 성인 10인의 회식 비용을 가정해 계산해보니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과 지난달 회식 비용은 3년새 15% 뛰었다. 메뉴는 1차로 삼겹살로, 2차는 치킨집으로 정했다. 같은 메뉴를 코로나 전에 먹을 때면 45만6000원이 나왔지만, 이제는 52만4500원이 든다.

서울 역삼동의 한 고깃집의 지난 2020년 1월 삼겹살 150g의 가격은 1만5000원 이었지만, 지난해 한 차례 가격을 올려 현재 1만6500원을 받는다. 통상 회식 자리에서는 인당 2인분을 먹는만큼 20인분을 주문할 경우 삼겹살 값만 33만 원이다. 식당에서 파는 소주값은 병당 5000원으로 코로나19 전보다 1000원 비싸졌다. 인당 1병씩 마셨을 때 치뤄야할 금액은 5만 원이다. 여기에 공기밥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고, 된장찌게 값도 3000원에서 5000원으로 뛰었다.

2차를 맥줏집에서 간단하게 마셔도 부담이 늘었다. 회사 인근의 BBQ에서는 3년 전만 하더라도 마리당 1만8000원이던 황금올리브 치킨 1마리 값은 원부자재 인상에 지난해 4월 2만 원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3마리를 시킬 경우 이제 치킨값만 6만 원이 나온다. 병맥주값도 올랐다. 치킨집에서는 4000원에 팔던 생맥주와 병맥주(카스 500㎖, 하이트 500㎖)는 지난해 5000원으로 비싸졌다. 10명이 들를 때 맥주값만 5만 원이 나온다.

최근 급격히 오른 택시 비용에 3차는 언감생심이다. 이달 중형택시 심야 기본요금은 오후 10~11시, 오전 2~4시 4600원에서 5800원으로, 오후 11시~오전 2시 기본요금은 5300원에서 6700원으로 각각 1200원, 1400원 인상됐다.

A 부장은 “법인카드 한도는 수년째 그대로인데 이제 3차는 마시고 싶어도 비싸서 못 먹는다. 예전에는 택시비도 척척 챙겨줬지만 지금은 이마저 부담이 된다”며 “직원들에게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 없다고 술을 좀 그만 마시라고 해야하나 고민 중”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치솟는 가스비·전기세에 주류 출고가도 오른다는데…“이참에 올려? 말아?”

문제는 회식비 상승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리터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된다. 지난해 리터당 20.8원 인상과 비교하면 세금 인상 폭이 크다. 막걸리에 붙는 세금도 지난해보다 1.5원 올라 44.4원이 된다. 소주 가격도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값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를 가능성이 높고, 소주병 공급가도 최근 20% 넘게 오르며 주류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지난해 3~6년 만에 일제히 소주와 맥주 등 주류값을 인상했지만, 올해 역시 원가 부담에 출고가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주류업체들이 출고가를 높이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소주는 지난해 출고가가 85원 가량 높아지자, 마트와 편의점의 판매가는 100~150원 씩 올랐고,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는 일제히 1000원 씩 올려팔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는 치솟는 식재료 비용과 주류값 외에도 난방비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 상승도 음식점의 메뉴 및 주류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서울도시가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반용(영업용1)의 도시가스 요금은 동절기 기준 메가줄(MJ) 당 16.8399원에서 19.5399원으로 16.0% 올랐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50대 C씨는 “최근에 가스비와 전기세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면서 “치킨값은 본사의 정책을 따라야 하지만, 음료나 주류값은 마음대로 정해서 팔 수 있어 주류 출고가가 인상되면 500원이라도 올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40대 C씨는 “지난해 중순만 해도 엔데믹에 손님이 크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연초 치고 많지는 않다”면서 “작년에는 안주 메뉴와 소주, 맥주, 사케값을 올려 또 한번 오르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인근 식당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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