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사라지는 꿀벌, 스마트 벌통으로 지킨다

입력 2023-02-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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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IoT·딥러닝 적용…내부 환경 관리 기술 개발
벌 생존력·작물 생산성 높아져…올해 8개 시·군 200개 시범 보급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꿀벌의 활동량과 생존 기간을 늘려 작물의 재배량을 늘리는 기술이 개발됐다. 벌통 내부의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꿀벌의 움직임을 감지해 관리를 수월하게 하는 스마트벌통은 올해 8개 시·군에 시범 보급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스마트기술을 적용해 작물 재배 농가가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벌통'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고 15일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한 해 평균 61만 개의 화분매개용 벌통이 농작물 수분에 사용된다. 화분매개는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수분하는 과정으로 농작물 생산에 꼭 필요하다. 화분매개벌은 이 과정을 돕는 벌로 꿀벌, 뒤영벌 등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화분매개벌을 활용하는 농가들은 벌 관리가 생소하고 정보도 부족해 온실에 벌통을 놓고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2021년과 지난해 국내에서 이상기후로 꿀벌이 집단 폐사하면서 양봉산업은 물론 농작물 생산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양봉협회 현황 조사 등에 따르면 약 80억 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에 지난해 4월 참외, 5월 수박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매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면 딸기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며 "봄에 먹을 수 있는 수박은 2~3월에 꽃이 펴 수정을 하는데, 겨울 월동시기에 꿀벌이 줄어들면 수정에 문제가 생겨 우리나라 봄 수박 생산량의 약 60%가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농진청은 벌통 내부에 각종 감지기(센서)를 적용해 벌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더위가 심해지면 내부 온도 센서와 연동된 환기팬이 자동으로 켜져 온도와 이산화탄소,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벌통 온도가 올라가면 유충의 대사가 높아지고, 탄산가스 농도가 높아져 생존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일벌들은 환기 행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벌의 화분매개 활동도 줄어들게 되고, 수명도 짧아진다.

아울러 센서로 수집된 온도와 습도 등 환경정보와 카메라로 촬영한 벌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심화학습(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벌의 활동상태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정보들은 전용 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볼 수 있고 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벌통에서 실시간으로 화분매개벌을 인식하는 센서. (자료제공=농촌진흥청)

농진청이 스마트벌통을 토마토와 딸기 시설재배 농가에 적용한 결과 여름철 비닐 실내 온실에서 벌의 활동량은 시간당 평균 9마리에서 14마리로 1.6배 많아졌고, 겨울철 벌의 생존 기간은 105일에서 173일로 68일이 길어졌다.

또 토마토는 여름철에 과일이 맺히는 비율이 15%, 높아져 1000㎡ 기준 수익이 100만 원 많아졌고, 겨울철 딸기는 상품이 되는 과일 비율이 6% 높아져 1000㎡ 크기에서 117만 원의 수익이 더 발생했다.

농진청은 스마트벌통의 원천기술을 특허출원, 등록하고 기술을 이전했다. 또 올해 8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해 200여 개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승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최근 벌 개체 수가 줄면서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번 기술로 작물 재배 농가도 손쉽게 벌을 관리해 효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기술을 확대 적용해 스마트양봉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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