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푹 빠진 ‘본디’…메타버스계 '신대륙'? 제2의 ‘클럽하우스’?[이슈크래커]

입력 2023-02-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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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본디 앱)
직장인 유모 씨(24)는 주말 동안 머리를 염색하고, 방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느라 바빴습니다.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제법 마음에 들었죠. 직장인이 이렇게 과감한 머리를 할 수 있었던 건 현실이 아닌 메타버스 소셜앱 ‘본디(Bondee)’에서 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IT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출시한 소셜네트워킹 앱 본디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입니다. 13일 기준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인기 앱 1위를 기록했죠. 2000년대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 같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요. 싸이월드의 추억을 소환하면서도 ‘MZ스러운’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미 자신의 본디를 자랑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본디의 폐쇄성으로 인해 반짝 인기를 끌었다 사라진 오디오 SNS ‘클럽하우스’처럼 금세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본디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메타버스판 싸이월드’ 본디 열풍

본디는 아바타와 개인 공간을 꾸미고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약 4개월 전 출시돼 최근 유행의 주역이 됐죠. 메신저 앱 특성상 함께 하자는 친구나 주변 사람 권유에 본디를 시작합니다. 직장인 박모 씨(26)는 “친구가 같이 (본디를) 하자고 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본디를 접한 2030세대들은 “메타버스판 싸이월드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피부색부터 의상까지 직접 아바타를 꾸미고, 주어진 아이템으로 정사각형 모양의 개인 방을 장식하는 기능은 싸이월드의 아바타, 미니홈피 기능과 유사합니다. ‘방명록’처럼 친구의 공간에 방문해 짧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메모’ 기능도 있죠. 메인 화면에서는 ‘업무 중’, ‘공부 중’, ‘힘들어요’, ‘설레요’ 등의 표시로 나의 상태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찐친(진짜 친한 친구)들의 아지트’를 표방하는 만큼, 친구는 최대 50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다는 게 본디만의 특징입니다. 친구들과는 여느 메신저 앱처럼 1대1로 대화하거나, ‘단톡’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메타버스 플랫폼인 만큼, 메시지 전송 그 자체보다는 아바타를 이용한 소통이 중점이 되죠. 대화 중에는 아바타들이 의자에 앉아 있게 하거나 함께 춤 추게 하는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부끄럼·최고·분노 등 의사 표현도 가능하죠.

▲(출처=구글 플레이 본디 앱 정보)
2030이 홀린 이유…‘찐친’들과 메타버스 세계를 유영

본디의 매력은 ‘찐친’들만 함께 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화려하게 아바타의 머리를 염색하거나 도전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의상을 입히는 등 ‘바라는 모습’대로 아바타를 꾸미며 메타버스를 즐기는 거죠. 최근 친구의 권유에 본디를 시작한 김수빈(24) 씨는 현실의 갈색 머리와 다르게 파랗게 아바타 머리를 물들였습니다. 좋아하는 밴드를 떠올리며 방에는 드럼, 베이스 등 악기를 들였죠. SNS에서 같은 밴드를 좋아해 알게 된 친구들도 이웃으로 들였더니 친구들의 방을 모아볼 수 있는 ‘아파트’ 페이지에는 악기로 꾸민 방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바타가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는 김 씨의 방에는 ‘층간소음에 유의해달라’는 장난스러운 메모가 붙기도 했습니다.

최대 친구 수가 제한된 데서 기인하는 폐쇄성도 2030세대에게는 장점입니다. 기존 SNS를 이용할 때는 불특정 다수에게 일상을 공개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있었는데, 본디에서는 이러한 피로감이 덜하다는 건데요. 대신 ‘뭐해’라는 친구의 알림에 실시간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내 기분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제한된 인원과의 연결을 더욱 긴밀히 할 수 있습니다. 김 씨는 “좀 더 친한 친구가 된 기분”이라며 “친구들이 그때그때 뭘 하는지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설명했죠.

▲한때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존재감이 옅어진 오디오 소셜앱 ‘클럽하우스’(AP/뉴시스)
'폐쇄성' 한계로 지목

본디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는 시점에 나타나 새로운 유행을 이끌고 있습니다. 다만 관심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합니다. 친구가 최대 50명까지만 가능한 데 따른 폐쇄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콘텐츠가 채팅, 공간과 아바타 꾸미기 등 몇몇 기능으로 제한적이어서 사용자 이탈이 빠를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친구가 아닌 타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플로팅’ 기능이 있지만, 지속적인 흥미를 끌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친구들의 권유에 본디를 깔았다는 안모 씨(24)는 “처음에는 아바타랑 방을 열심히 꾸몄는데, 그걸 끝내고 친구들이랑 며칠 하다 보니 이제 마땅히 접속할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폐쇄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던 오디오 소셜앱 ‘클럽하우스’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존 사용자의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이 가능한 클럽하우스는 2021년 1월 국내 출시 당시 큰 호응을 얻었지만, 몇 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급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강점으로 내세웠던 폐쇄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죠.

최근에는 본디가 중국 IT기업 ‘트루.리(True.ly)’의 앱 ‘젤리’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탄생시켰다는 걸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한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한 젤리는 ‘가장 친한 친구와의 우정 아파트’를 콘셉트로 한 소셜앱인데요. 당시 중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이 제기돼 인기가 사그라들었습니다. 이후 지난해 5월 메타드림이 트루.리의 지적재산권을 전량 인수해 서비스 글로벌화 과정을 거쳐 탄생시킨 게 본디입니다. 이에 일부 사용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탈퇴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메타드림 측도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드림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독립 IT기업 Metadream에서 만든 Bondee는 데이터 보안을 위해 싱가포르, 일본 및 미국에 3개의 독립 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유저들의 데이터를 소중하게 보호”한다며 “한국과 일본의 서비스 R&D 및 운영 기지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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