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상장종목 연이은 공모가 상단·따상에도…전문가들 “시장 호전 판단은 일러”

입력 2023-0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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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종목 70%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 확정, 최근 상장 종목 4연속 '따상'
"IPO 시장 호황 판단 아직은 어려워"
"대형주 흥행 여부 혹은 자금 조달 시장 전반 지켜봐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규 상장하는 종목들이 희망 공모가 상단을 확정 짓는 등 흥행 사례를 기록하고, 상장 첫날 연이어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IPO 시장 불황을 떨치며 호전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IPO 시장 분위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IPO를 통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마친 기업 10곳 중 7곳이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 또는 상단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또한, 최근 신규 상장한 미래반도체·오브젠·삼기이브이·스튜디오미르 등이 상장 첫날 연달아 따상을 기록했다.

최근 공모주에 청약한 개인투자자 A 씨는 “지난해 성일하이텍 이후로 공모주 투자를 멈췄는데 최근 공모주들 성적이 좋은 것 같아 청약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당분간은 공모주 청약을 계속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신규 상장 종목들이 흥행을 거두며 지난해 IPO 시장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듯 보이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아직 IPO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흐름이 괜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걸로 IPO 시장이 호황으로 전환됐다거나 앞으로도 ‘따상’이 이어질 확률이 크냐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IPO 기업 과정에서 가치를 보수적으로 측정한다거나, 기관 투자자들이 보호예수 확약을 걸어준다는 부분에서, 또 유통 물량 자체도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상보다 싼 가격에 상장한 기업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상장 이후에 바로 시세차익 물량이 나올 것도 그리 많지 않아 ‘한번 접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시장이 중·소형주 쪽에 관심들이 큰데, 현재 IPO에서도 중·소형주면서 움직임이 가벼운 종목들이 올라오면서 시가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따상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대형 종목의 경우는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 “최근에는 IPO 시장 참여자들이 규모가 작은 종목 위주로 선별하는 추세”라며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종목도 있던 만큼 투자자들은 이를 잘 구분해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첫 ‘대어급’ IPO 기업이 된 오아시스의 흥행 여부가 연초 IPO 시장을 판가름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만약 오아시스까지 IPO 흥행에 성공한다면 시장이 어느 정도 좋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고 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밭이 좋아야 작물이 자라듯이 아직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불안하다”며 “작은 종목을 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략이 유효한 상황에서 대형주인 오아시스가 투자 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당장 상장 종목들의 성패보다는 전반적인 자금 조달 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나 연구원은 “공모주 펀드 설정액 추이나 증시 고객 예탁금 추이를 보면 유동성은 줄어들고 있었으므로 시장을 속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오아시스와 같은 대형 종목이 흥행한다고 해도 다른 대어급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기업으로서는 좋은 가치를 평가받고 싶고,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데 조달 자체가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7일까지 공모주펀드 순환매액은 1177억 원이었다. 수익률 역시 4.34%로 같은 기간 코스피(9.63%), 코스닥(13.76%)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나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경색돼있던 자금 조달 시장이 최근 들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얼어있던 국내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녹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이 어느 정도 자금 시장 긴축도 막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시점부터 공격적인 자금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반기부터는 시장이 더욱 풀리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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