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이야기] 북극권 기온 상승이 만든 한반도 설날 한파

입력 2023-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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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대한(1월 20일)을 지나 며칠 뒤 설 명절을 기다렸다는 듯이 북극한파가 우리나라를 덮쳐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급등한 난방비로 인해 사람들은 추위에 더욱 힘들어했다. 올해 대한 절기에 나타난 한파로 -24.8℃까지 기온이 떨어졌는데, 이것은 1990년의 -24.7℃와 2001년의 -26.7℃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는 24일 오전 8∼9시에 -17℃ 이하로 수은주가 곤두박질쳤고,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27℃를 기록했다. 차가운 북서풍이 서해의 해수를 증발시켜 호남과 제주도에 폭설을 쏟아 부었다.

겨울철에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실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2년 전 이맘때엔 서울에 -18.2℃의 한파가 나타났었고, 과거에 서울에서 -15℃ 이하의 추위도 종종 있었으며 그로 인해 한강은 꽁꽁 얼었다.

그렇다면 올해 설날 한파는 무엇이 문제란 말일까? 그것은 한파를 가져온 원인이 과거의 그것과 달라졌다는 사실에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계절풍지대로, 여름철은 일본 남쪽 해상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고기압이, 겨울철은 시베리아대륙에서 발달하는 시베리아고기압이 지배한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잘 설명돼 있다. 우리나라에 겨울철 한파가 나타나는 것은 북위 45∼50도 사이에 중심을 둔 시베리아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해 우리나라를 지배할 시기라는 말이다. 북극권은 북위 66.3도 이북을 가리키므로 시베리아고기압이 만들어지는 곳은 북극권이 아니다.

시베리아대륙은 북쪽, 서쪽, 동쪽으로 높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 해양 방향으로만 열려있는 지형이다. 그래서 겨울철에 지표가 심하게 냉각되면 그 지표 위에 쌓여있던 공기도 냉각돼간다. 그 냉각시간이 길어지면 하층 1km 부근까지 영하 30도 이하의 차가운 공기가 집적된다. 차가운 공기는 수축돼 밀도가 높기 때문에 저지대로 흘러내리게 된다. 그것이 시베리아 한파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 해상으로 빠져나간 후엔 다시 그곳에 차가운 공기가 집적될 때까지 휴지기를 갖는다. 이 휴지기에 우리나라엔 바람이 약해지고 기온이 상승한다. 이런 공기 흐름이 주기적으로 반복돼 겨울철에 삼한사온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설 명절에 우리나라를 덮친 한파는 시베리아 대륙에서 지표 냉각이 원인이 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북극권의 찬 공기가 제트스트림을 남쪽으로 밀어내면서 내려온 공기였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기에 북극에서 찬 공기가 미국 남부지역까지 내려와서 미국 전역에 한파와 눈 폭풍을 만들어 20여 명의 인명사고와 180만여 가구에 단전사고를 일으킨 이상기후현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닥친 북극한파는 미국을 덮친 그것보다는 약하였지만 극심한 한파가 만들어진 원인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북극한파가 기승을 부리게 된 원인은, 기후변화로 북극권의 기온이 상승해 찬 공기의 세력이 약해진 것에 있다. 제트스트림은 북극권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 간의 경계다. 두 지역의 기온 차이가 클수록 제트스트림은 강해진다. 제트스트림이 강해야 북쪽 찬 공기가 특정 경도대로 치우치지 않고 북극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분포할 수 있다.

제트스트림은 마치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어두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릇이 딱딱하고 튼튼하면 물은 그 그릇 속에 고이 담겨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그릇 속의 물이 특정 방향으로 그릇의 모양을 일그러뜨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후변화로 북극권이 고온화됐고, 그 결과로 남쪽과 북쪽 공기 간에 온도 차이가 줄어서 제트스트림이 약해졌다. 그 결과로 제트스트림은 특정 경도대에선 남쪽 저위도까지 치우치게 되고 그곳으로 북극 찬 공기가 내려가게 되었다. 반면에 다른 경도대에선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북극권으로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올겨울에 유럽 전체가 고온이었고 폴란드와 스위스에선 여름 기온이 나타났다. 경도대에 따라서 한파와 이상고온이 대조적으로 나타난 것인데, 이게 바로 제트스트림의 약화가 가져오는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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