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성숙도에 대한 평가가 16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델리전스 유닛’(EIU)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2’(Democracy Index 2022)에서 한국이 전 세계 167개국 중 24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록(16위)보다 8계단 하락했다.
다만 평가 총점에서 10점 만점에 8.03점을 기록해 8점대에 턱걸이하며 3년째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 평가를 지켜냈다.
EIU는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한다. 총점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로 구분한다.
한국은 2020년(23위) 8.01점으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진입해, 2021년에는 8.16점으로 16위에 올랐다.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국민자유 등의 평가 항목은 올랐지만, 정치·문화 등에서 큰 폭으로 하락해 순위가 하락했다.
EIU는 한국과 관련해 “수년간의 대립적인 정당 정치가 한국의 민주주의에 타격을 줬다”며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이 합의와 타협의 공간을 위축시키고 정책 입안을 마비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인들은 합의를 모색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라이벌 정치인들을 쓰러뜨리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고 지적했다.
EIU는 “대중들이 갈수록 민주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민주주의 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제약에 방해받지 않는 강한 지도자의 통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8.99점)이 9위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일본(8.33점)은 전년보다 1계단 높은 16위에 오르며 한국을 앞질렀다.
북한은 165위로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으며, 평점도 1.08점으로 같았다.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폭정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0.74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가니스탄(0.32)이 등 2개 나라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