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풀고 춤춘 이란 커플…‘음란 행위’라며 징역 10년 선고

입력 2023-02-01 16:02수정 2023-02-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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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아슈 하기기와 아미르 무함마드 아마디가 SNS에 올린 영상(출처=@Javanmardi75 트위터 캡처)
춤추는 모습을 SNS에 올린 20대 이란 연인 한 쌍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부패와 공공 매춘을 조장’하고 ‘국가 안보를 교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사법 당국은 아스티아슈 하기기(21)와 그녀의 연인 아미르 무함마드 아마디(22)에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국은 두 사람에 2년간 SNS 사용을 금지했으며 출국 금지 처분도 내렸다.

하기기와 아마디는 테헤란에서 유명한 인스타그램 블로거로, 팔로워 수는 거의 200만 명에 달한다. 두 사람은 수도 테헤란의 아지디 타워 옆에서 함께 춤추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아지디’는 페르시아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영상에서 두 사람은 아자디 타워 앞에서 손을 잡고 춤을 춘다. 하기기는 히잡을 쓰지 않고 긴 머리를 늘어뜨렸다. 이란 헌법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남성과 춤추는 것을 음란 행위로 본다.

이란 당국은 하기기의 자택을 급습해 폭력적으로 체포했다. 하기기는 현재 테헤란 외곽에 있는 카르차크 여자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 운동가 통신사(HRANA)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권을 박탈당하고 보석 신청도 거부당했다.

당국은 이들의 영상이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히잡 시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히잡 시위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반정부 시위다. 유엔(UN)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1만4000명 이상의 시위자를 체포하고 2023년에만 최소 4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등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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