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제재’의 역설: 우리의 중국‘시장’ 전략에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입력 2023-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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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블룸버그는 지난해 미·중 간 교역 규모가 6944억 달러에 달하여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트럼프 시절 중국에 대한 무차별 관세 폭탄으로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미·중 간 교역이 2021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격한 증가를 보인 것이다. 미·중 간 교역은 2019년 5556억 달러에서 2021년에는 6563억 달러로 증가하였고, 다시 2022년에는 7000억 달러에 가까운 실적을 낸 것이다. 2019년 대비 25%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초당적 이슈로서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계속돼 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주요 수출 품목의 경우도 미국은 민항기, 대두, 자동차 등이고 중국은 휴대폰, 컴퓨터, 방송장비 등이었다. 모두 트럼프 정부 시절 관세 폭탄의 대상이 된 품목들이고 중국이 보복관세로 제재를 가한 품목들이다.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심사 대상을 미국 내 투자로까지 확대한 그간의 제재 수위를 감안해 볼 때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과다. 결국 다양한 수요와 복잡한 글로벌 가치사슬로 구성된 공급망이 상호작용하는 세계시장에서 제재는 ‘시장의 힘’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22년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47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적자(206억 달러)의 2배가 넘는 최대치이다. 에너지 수입액(167.5억 달러)의 증가(전년 대비 27.7%)가 주된 원인이지만 그간 우리 무역수지 흑자의 효자 노릇을 해온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줄어든 것 또한 큰 역할을 하였다. 우리와 중국 간의 무역은 미·중간 무역과 마찬가지로 2021년 30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작년에도 310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증가를 보였다. 그러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축소되어 2020년 237억 달러, 2021년 242억 달러를 기록하더니 2022년에는 13억 달러로 대폭 축소되었다.

여기서 미·중, 한·중 간 무역 추이를 비교하는 것은 ‘그동안 유지해왔던 ‘안미경중(安美經中)’ 기조의 변화가 대중 무역흑자 축소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과 함께 ‘교역 상대로서 중국은 어떤 나라이며 우리의 대중 경제전략은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이후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역 규모는 물론 적자 규모 또한 확대(2017년 3500억 달러, 2022년 3900억 달러)된 사실에 미루어 ‘통상의 정치화’에 따른 효과보다는 시장의 힘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우리는 반대로 대중국 무역 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는 대폭 축소되었다. 이는 우리의 대중국 시장전략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소는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미국 및 아세안시장에 대한 우리 제품과 중국 제품의 수출 경합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의 고(高)기술산업 수출이 늘어나면서 양국 간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첨단제품에 대한 국내 자급에 성공한 중국에 대해 그동안 대부분의 수출을 중간재에 의존하였던 우리 수출구조는 이제 한계에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제재를 누르는 ‘시장의 힘’이 입증된 만큼 중국의 수요와 생산구조에 맞추어 수출전략을 다시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시장 다변화, 첨단기술 개발 등과 더불어 전략적인 측면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이다.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 침체기에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여 다시 세계의 수요처로서, 또한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는 지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 내 고급소비재 수입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기술 및 시장전략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사드(THAAD) 배치, 요소수 사태 등으로 중국의 제재를 경험해온 우리가 얻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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