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산을 해 보면 2분기 안에는 LCD패널 공급여부를 결정해야 (소니가) 연말 성수기를 대비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주문 결정 후 TV세트 업체에 최적화된 LCD패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최소 3~4개월이 요구된다는 일반적인 업무프로세스를 고려한 것이다.
공교로운 것은 소니가 샤프의 10세대 라인 공동 투자의 결정 시기도 6월말이라는 점이다. 소니로서는 기존 삼성전자와의 합작법인인 S-LCD 추가 투자, 샤프의 10세대 공동투자,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 등 세 가지 카드를 모두 쥐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선택권을 갖고 있는 소니의 입장이 느긋한 것은 아니다. 소니는 지난 2007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7.1%(매출액 기준)를 기록하면서 18.7%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LCD TV 1위 자리를 넘겨준 이래 지난해에는 삼성전자(23.1%)에 5.3%나 뒤진 17.8%의 점유율에 그쳐 격차가 더 벌어졌다.
더군다나 경기불황에 돌입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가 원화약세와 생산성 향상 등으로 원가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소니는 엔화강세 등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1위 탈환은 관두고라도 2위 수성에 안간힘을 써야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LG디스플레이에서 LCD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가 장기적으로는 샤프와의 공동투자 등을 통해서 대형 LCD패널을 공급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겠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적어도 올해는 공급선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LG디스플레이에서 안정적으로 패널을 수급하는 방안이 소니 입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영수 사장도 “하워드 스트링거 CEO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면서 “소니의 답변을 긍정적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LG디스플레이와 소니의 협력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