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자본출자자(LP)의 추가 요구

입력 2023-01-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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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LP와 GP. 우선 단어의 의미를 모르면 업계의 대화와 논의를 처음부터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니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금융업계에서는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라는 단어 보다는 줄여서 ‘LP’(Limited Partner, 유한책임투자자), ‘출자금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회사’라는 말보다는 보통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투자자)라고 지칭한다. 즉, LP란 자금을 출자하는 개인이나 단체,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나 공제회, 자기자본을 펀드로 운용하려는 일반회사나 금융회사 투자자를 총칭하므로, 자금출자자에 해당한다. GP는 이러한 출자금으로 투자 대상 기업(Portfolio Company)의 지분증권을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주요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등의 운용사를 의미한다.

전 세계 LP들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글로벌 연합체로서 ILPA(Institutional Limited Partners Association)가 있다. 글로벌 곳곳에 분포된 600여 개 LP들을 멤버로 하는데, 구체적으로 공적 사적 연기금, 대학이나 재단 등의 단체, 보험사나 은행, 패밀리 오피스들이 이러한 LP가 된다. 최근 ILPA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와 공동으로 “LP와 PEF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수용했다(Limited Partners and Private Equity Firms Embrace ESG)”는 글로벌 설문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LP와 GP 사이에서도 ESG 추진이 본격화되었다는 의미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전 세계 LP와 GP 업계에서 ESG는 더 이상 리스크 감소(Risk Mitigation)뿐만 아니라 ‘투자 성과의 추가 요구(Additive to investment performance)’ 사항이 되었다. 즉, 전 세계 2/3 이상 응답자들의 투자 정책에 ‘ESG 고려요건(ESG Considerations)’이 있는 만큼, 이제는 ‘ESG가 투자 포기의 이유가 된다(Walk away from an investment because of ESG reasons)’는 것이다. 재무와 ESG의 통합 성과를 ‘모두’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ILPA는 이러한 PE 업계 ESG 투자 트랜드 변화를 ‘흥미진진한 진화(Exciting Evolution)’로 규정하며 지역별 특징과 차이도 함께 공개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PEF나 벤처캐피털들은 전 세계 자금 출자자들의 ESG 니즈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니 세심히 살펴볼 만하다.

먼저 전 세계 LP 70% 이상이 투자정책에서 ESG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주된 이유를 들어보자. 바로 ‘이해관계자 소통’과 ‘추가 투자성과’ 때문이다.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ESG 소통이 필요하고, 자금을 유치 받기 위해서라도 ESG 성과가 요구되는 것이다. ESG의 ‘추가수익 기여(Valuation Premiums)’ 여부는 지역별로 의견이 조금 달랐다. 유럽 LP의 70%가 그렇다고 답한 데 반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LP들은 38%만이 ESG가 밸류에이션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LP들의 과반수가 ‘ESG의 재무적 가치창출 영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ESG 리스크와 성과에 대해서는 대륙별로 더 중시하는 것이 조금 달랐다. 미국은 ESG 리스크에 민감하다. 미국 LP의 72%가 ‘부정적인 ESG 잠재 리스크가 있으면 투자철회(Walk away)의 이유가 된다’고 했다. 유럽의 52%에 비해 높은 수치다. 아무리 잘 나갔던 회사도 횡령 배임 회계부정이 있을 경우 한순간에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고, ESG 관련 배상 판결도 징벌적인 천문학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법 제도 체계를 떠올리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반면, ESG 성과에는 유럽의 LP들이 미국보다 적극적이다. 무려 78%에 이르는 유럽 LP들이 ‘투자대상 기업이 ESG 성과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투자철회의 이유가 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럽에서는 약 80%의 자금출자자들이 ESG 성과 개선에 노력하지 않는 기업들에는 자금줄을 끊겠다는 의중을 피력한 것이다. 그래야 투자로 인해 통합 성과가 나타날 것이고,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재무적 수익과 더불어 전 지구와 인류 경제 사회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이나 보험금, 기부금을 내는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자금도 재무적으로 잘 관리해야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장의 자금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좋든 나쁘든 기업 및 시장 가치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재무성과와 ESG 성과는 상호 선순환하는 구조가 된다. 미국 유럽 대륙 공히 7%의 LP들만 ESG로 투자철회 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 ESG 성과개선을 위해서는 투자과정에서 어떤 활동들을 점검(Monitoring)하고 측정(Measurement)해야 할까? LP 자금을 위탁받아서 펀드로 운용하는 GP들은 이를 위해 KPI 관리가 필요하다. ILPA는 전 세계 LP들이 GP들에 가장 많이 요구하는 주요 ESG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항목들을 친절하게 제시해 주었다.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 직간접 배출(Scope 1과 2), 사회에서는 성평등(Gender)과 보건 안전(Health & Safety), 지배구조에서는 각종 소송(Litigation) 및 반부패(Corruption) 항목들이다. PEF와 VC들이 향후 투자 시 ESG에서 최소한 반드시 챙겨야 할 지표들이다.

LP들의 ESG 적용 자산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트랜드에 따라 GP들의 ESG 보고(Reporting)와 역량(Capabilities) 확충 요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LP들의 변화에 따라 GP들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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