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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부채 한도를 둘러싼 미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

입력 2023-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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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앞으로 수일 내에 부채 한도, 즉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채 한도는 연방정부가 재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재무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차입할 수 있는 총금액의 상한선이다. 미국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채권 발행을 통해 막대한 돈을 빌린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에도 양당 간 대치와 교착을 거듭한 끝에 의회는 차입 한도를 31조4000억 달러로 인상한 바 있다. 올해 이 한도가 추가로 인상되지 않으면 6월부터 미국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부채 한도 문제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현재 바이든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사실, 연방 부채 한도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쉽게 만들기 위해 100여 년 전에 처음 고안되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정치권이 부채 한도 문제를 놓고 수시로 대립하면서 한도 인상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도 상향을 놓고 벌이는 공화와 민주 양당의 대결은 미국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이 있는 정치 도구로 변질되었다. 부채 한도를 둘러싼 미국 여야 간 대치는 막 시작되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대결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부채 한도 인상이 자주 문제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의회는 한도를 높이거나 다른 방안으로 사태를 해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지출 삭감이나 다른 양보를 받지 않는 한 부채 한도를 늘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부채 한도를 인상하는 조건으로 사회 보장과 의료비 지출 등에서 상당한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 2년 동안 발생한 막대한 재정지출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를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은 부채 한도 문제를 대정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부채 한도 인상을 두고 벌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하원 다수당 간의 대립은 안 그래도 취약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 연방정부가 부채 한도를 위반하고 채무 불이행에 가까워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만큼 더 커진다. 2011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의 부채 한도에 대한 벼랑 끝 대치와 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단순한 위협만으로 주가는 하루 만에 7%나 폭락했다.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는 미국 정부의 신용 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하향 조정하였다. 아울러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와 지출 삭감에 동의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동반 급락했다.

만약 의회가 차입 한도를 올리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재무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부분적인 정부 폐쇄가 수반된다. 이 특별 조치의 기한은 6월 초까지이며, 그 전에 소진될 수도 있다. 재무부가 이 조치를 지속할 수 있는 기한은 봄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거두는지에 달려 있다. 이 조치가 소진되면 연방정부는 사회 보장 지출, 의료비 지원, 각종 이자 지급 등과 같은 채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2011년 당시 부채가 한도에 도달했을 때 채무 불이행은 피했지만, 경제가 회복되는 데 몇 개월이 걸렸다. 당시 무디스는 미국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놓이면 국내총생산이 4% 감소하고, 약 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차입 한도를 올리지 않고 공화당원들의 체면을 세우는 방법으로 부채 한도를 특정 날짜까지 중단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방안은 의회가 한도 상향에 대한 투표를 피하는 대신 재무부가 특정 날짜까지 정부를 차질없이 운영하고,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다. 미국이 채무 불이행을 피하는 다른 방법은 더 많은 세금 징수와 지출 삭감을 통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에 일련의 세금 인상, 국방비 삭감, 경제 호황 사이에서 4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4년간의 재정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국가 부채를 줄이고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현대사를 통틀어 미국이 채무 불이행을 한 적은 없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해결책은 결국 찾아진다는 점을 역사는 가르쳐 주었다. 과거에도 부채 한도에 가까워지면 의회는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높이거나 중단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다 보니 부채 한도 논쟁은 의원들이 재정 책임의 이름으로 벼랑 끝 전술에 참여하는 일종의 정치적 연극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왜냐 하면 과거에 있었던 수많은 대결이 연방 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이 매년 반복되고 결국은 타협안이 나오는 것도 그런 시각을 지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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