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영화 '인사동 스캔들' 중

입력 2009-04-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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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미술계 위작 논란이 누군가의 눈에는 멋졌나 보다. ‘저런 멋있는 이야기를 멋지게 영화로 만들어 보는거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영화는 나올 수 없다.

초지일관 겉멋으로 밀어붙이는 이 영화는 기획의도부터가 의심스럽다. 2007년 박수근의 ‘빨래터’에서 불거진 사상 최대의 위작 시비가 시발점일 수 있다. 뉴스 이슈에 편승, 혹은 부정승차하려 든 저의가 의심될 정도로 영화는 겉멋으로 충만하다.

수시로 등장하는 예고편 분위기의 효과들이 주렁주렁 치렁치렁이다. 하나같이 잔뜩 멋을 부린 채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몰입을 방해할 지경이다. 최송현, 홍수현은 ‘강한 여성상을 드러내라’는 임무를 폼 잡기로 수행하고 있다. 가죽재킷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게 최송현의 배역이다. 욕설과 터프함을 담당하는 홍수현 역시 표정이며 대사에 힘이 들어가 있다.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벽안도’가 영화의 소재다. 벽안도를 이용해 거액을 벌겠다는 ‘배태진’(엄정화)의 작전에 천재 복원가로 명성을 날린 ‘이강준’(김래원)이 가세한다. 일본에서 들여온 벽안도를 완벽하게 복원한 다음 수천억원에 되팔려는 수작이다. 온갖 미디어를 동원, 벽안도 프로젝트를 세상의 관심사로 부각시킨다.

이강준은 천재적 복원기술로 벽안도를 완성해간다. 기술뿐 아니라 그 시절 화가의 심경까지 가늠하며 모사에 열중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은 장인정신을 상징한다. 화음수, 세초, 상박 등 각종 미술용어들이 영상을 통해 설명된다.

그러는 동안 이강준은 또 다른 계획을 세운다. 배태진의 전시물을 몰래 훔쳐다 밀매하는가 하면, 벽안도의 원접을 빼돌리려는 계략도 실행한다. 전시관 첨단 경비시스템은 이강준의 우쭐대는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뚫린다.

원접을 떼어냈지만 아래에 덧댄 떼접은 그대로 남아있다. 벽안도를 빼낸 사실을 배태진이 몰랐던 이유다. 하지만 이강준의 계속된 함정에 빠져든 배태진은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영화는 ‘벽안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 스페셜’ 유의 분위기를 내고 벽안도의 기술적, 역사적 가치에 대해 조명해준다. 길고 장황한 역사 소개는 영화 속 ‘브리지’ 코너로 임명할 만하다.

서울 인사동 ‘쌈지길’도 간접 광고한다. 쌈지길 간판을 소개한 뒤 그 안에서 B보이 춤판이 벌어지는 장면이다. 영화와 하등 무관한 듯한 부분이다. 이 영화를 쌈지 아이비전 영상사업단이 제작했다는 사실을 대입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여러모로 화려한 뱀을 묘사하려던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러 족발을 그리고야 만다. 산만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반전을 내린다.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자가당착 반전은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이강준의 장인정신 가득했던 눈빛, 벽에 구멍을 뚫으면서까지 원접을 훔치려 했던 그 과정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관객을 속이면서까지 반전을 넣고 싶었던 마지막 ‘폼생폼사’는 이렇게 작렬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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