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한 60대 母, 집행유예 5년…법원 선처에 오열

입력 2023-01-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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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친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5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38년간 돌봐왔던 뇌병변 장애를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9일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딸 B(38)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사건 발생 몇 달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A씨는 생계를 위해 타지역에서 일하는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며 38년 동안 홀로 B씨를 돌봐왔다.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딱한 사정을 알았지만, 살인 혐의가 적용된 만큼 중형 구형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당시 최후진술에서 A씨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내가 죽으면 딸을 누가 돌볼까 걱정돼 끝내자는 마음이었다”라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았다. 나쁜 엄마다”라고 오열했다.

증인으로 나온 아들은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누나 머리도 예쁘게 땋아주고 예쁜 옷만 입혀 키웠다.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깨끗하게 닦아주는 일도 했다”라며 “누나도 불쌍하고 엄마도 불쌍하다. 저와 아내가 모시고 살며 이때까지 고생하느라 망가진 몸을 치료해주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아들의 호소를 지나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사건이 A씨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봤다.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라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은 범행 전까지 38년간 피해자를 돌봤고,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도 이번 사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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