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⑬ 中 기술자립을 막아라! 경제안보 충돌 본격화

입력 2023-0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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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 美 하원의장 취임 첫 작품, ‘중국위협委’ 설치 결의안

철저한 반중 미국 정치인 중 한 명인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더욱 험난한 미·중 관계가 예고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취임 후 곧바로 대중국 전략경쟁 문제를 전담할 ‘중국위협위원회(China-Threat Committee)’를 하원에 설치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중국위협위원회는 중국 경제, 기술 및 안보분야 진전과 미·중 간 경쟁현황을 세부적으로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백악관에 향후 정책방향과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따라서 2023년은 3년 차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와 3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시진핑 주석 간 기술경제안보를 둘러싼 적대적 대립이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미국은 동맹 중심의 반중국 정치경제적 프레임을 강화하면서 향후 기술경제안보를 바탕으로 대중국 제재를 본격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의 기술발전과 자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곧 미국 경제안보와 글로벌 강대국 리더십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복합체의 기술경제안보정책

미국은 작년 2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 발표 이후 10월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공식 국가안보전략서(NSS)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이를 수행할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역량과 힘을 갖춘 유일한 경쟁자(only competitor)라고 지목했다. 미국은 과거 외교·안보·국방 차원에서 사용되었던 통합적 억제력을 중국에 대항해 디지털 경제무역, 최첨단 차세대 기술, 인터넷 통신, 사이버 보안 등 경제안보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사전에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가 되었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기술 및 산업영역에서 중국의 도전이 강해지면서 미국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중국 제재에 나섰고, 그로 인한 글로벌 지경학적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중 간 기술패권의 핵심은 결국 양국의 경제안보 및 국가안보로 귀결된다. 이제 군사안보와 비군사안보의 영역이 파괴되면서 미래사회의 기술경제안보는 곧 군사안보이자 국가안보의 개념과 동일시된다. 2017년 12월 발표된 미국 국가전략보고서에서 ‘경제안보는 곧 국가안보’라고 강조하며,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첨단기업들의 제재를 본격화한 것도 그런 이유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와 안보의 연결구조에 대해 고민했고, 이른바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기술경제안보정책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군수기업 제재와 군사강국화의 기술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전략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의 군민융합전략의 변화를 세밀히 주시하며, 중국의 미국산 기술 사용금지와 군수산업 및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작년 10월 산업안보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강력한 수출통제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특정수준 이상의 반도체칩과 슈퍼컴퓨터를 생산하는 28개 중국 기업에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해 만든 첨단반도체 제조장비 판매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20년 5월 화웨이 제재 및 작년 3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및 벨라루스 제재 때 사용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한 수출통제와 같은 조치다. FDPR은 특정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하여 미국 밖에서 생산된 경우도 미국산으로 간주하여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FDPR 수출통제가 강력한 이유는 특정 항목의 최종목적지 생산시설을 중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거부추정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되어 사실상 중국 수출이 전면 통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출통제조치는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슈퍼컴퓨팅, 양자정보기술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최첨단 군사현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특히 슈퍼컴, 5·6G 통신, AI 등 3대 영역의 차세대 산업에서 중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중국 방어와 제재에 더욱 올인할 것이다. 작년 10월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대화’에서 그는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라는 표현을 쓰며 향후 대중 기술제재를 촘촘히, 광범위하게 확대해 나갈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기술유출 방지 및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세부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 중 한 명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지난 12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발로 천신만고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매카시 의장은 취임하자마자 대중국 전략경쟁 문제를 전담할 ‘중국위협위원회(China-Threat Committee)’를 하원에 설치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AP연합뉴스

中 중앙후보위원 171명 중 1명 빼고 이공계

한편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바이오 등 첨단 차세대 기술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와 투자를 제한하는 제재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대응과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작년 10월 개최된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미·중 간 기술경제안보 대립의 장기화에 대비해 기술관료를 대거 등용했다. 차세대 리더라고 볼 수 있는 중앙후보위원 171명 중 1명을 제외한 170명이 이공계열 출신의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이다. 또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과의 대결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기술자립을 공표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자립’이란 표현을 5차례나 언급하면서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 자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리고 ‘과학은 제1생산력, 인재는 제1자원, 혁신은 제1동력’이라는 모토 아래 내부결속을 통해 기술경제안보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5년 전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55번 언급된 ‘안보(安全)’가 이번 당대회에서는 91번이나 언급되었다. 글로벌 지정학·지경학적 리스크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응해 기술자립에 기반한 경제안보정책을 더욱 공세적으로 펼쳐나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은 기존 8대 신흥산업(신소재·스마트 제조·항공기 엔진·로봇·위성위치확인시스템·전기차/수소차의 신에너지·기술장비·농업기계)을 육성하는 동시에 7대 전략과학기술(반도체·뇌과학·바이오·양자컴퓨팅·AI·우주심해/극지 탐사·헬스케어)의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지원을 통해 차세대 첨단기술 및 산업을 더욱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미·중 간 기술경제안보 충돌이 심화되면서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한 강요와 선택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미·중 간 지경학적 리스크는 양국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무역과 투자, 금융·통화, 에너지 및 원자재 교역, 경제제재, 해외원조 등에서 지리적 강점을 활용한 다양한 경제수단을 동원하고, 그로 인해 충돌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일대일로나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도 결국 지경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인 셈이다. 따라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서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잘못된 판단과 대응으로 인해 정치경제적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20차 당대회에서 향후 10년간의 기술경제안보 건설을 위해 고품질 발전을 지속해야 함을 강조하며, 식량·에너지·산업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3대 목표를 제시했다. 결국 중국은 자국 내 산업공급망 구축과 외국의 첨단 제조기업 유치를 통해 미국의 제재에 적극 대응하며 내부역량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의 대응…대외 유연성과 자강의 노력 필요

향후 미·중 간 최첨단 기술 및 산업의 탈동조화와 그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분업체계가 미국, 중국 및 유럽의 3대 기술블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고, 이는 우리에겐 새로운 도전과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의 유연성과 기술경제안보 자강을 위한 노력과 힘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제재와 첨단공정의 기술격차로 인해 단시일 내 추격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추격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영역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개구리식 도약(leap-frogging) 전략’으로 전환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반도체 공정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함과 동시에 포스트 반도체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 우선 K-반도체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타임 테이블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우리 국익을 높이는 차세대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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