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출 중단한 ‘K-보일러’…CIS 최대 냉난방설비 전시회도 불참

입력 2023-01-18 06:00수정 2023-01-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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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보일러 수출 멈춰…현지 법인 재고 거의 다 떨어져
러시아 수출은 북미의 10분의 1 수준…“미국 눈치로 종전돼야 정상화 가능”

▲2021년 아쿠아썸 모스크바 전시회에 참여한 경동나비엔 부스 전경. (사진제공=경동나비엔)

국내 보일러업계가 해마다 참가해왔던 러시아 및 CIS(독립국가연합) 최대 규모의 냉난방설비 전시회인 ‘아쿠아썸 모스크바’를 올해는 불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쿠아썸 모스크바는 CIS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꼽힌다. 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해 4월 러시아에 대한 보일러 수출과 시장 확대를 잠정 중단했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보일러는 현지시간 내달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 예정인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3’ 전시회 불참을 결정했다. 두 업체는 지난해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2’에 참석한 바 있다. 올해 전시회에는 파이프와 밸브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업체 한 곳만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의 제재가 본격화되고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전시회 참석에 부담을 느꼈다고 불참 사유를 전했다.

러시아 보일러 시장은 국내 보일러 업계가 높은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해마다 5%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러시아 시장에서 벽걸이형 가스보일러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러시아의 ‘올해의 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현지 맞춤형 보일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공략에 나섰다.

국내 업계의 현지 시장 진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잠정 중단됐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4월부터 자체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보일러 수출을 중단했으며 현재까지 정상화하지 않고 있다.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 법인 ‘Navien RUS LLC’는 전쟁 전 쌓아둔 재고를 모두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뚜라미보일러의 경우에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기존 대비 크게 줄이고 현지 재고로만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아쿠아썸 모스크바 전시회에 참여한 귀뚜라미보일러 부스 전경. (사진제공=귀뚜라미보일러)

보일러 수출 중단 배경에는 북미 시장이 있다. 현재 국내 업체가 생산한 보일러는 우리나라 정부의 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상대로 57개 비전략물자 품목의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제재 품목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보일러업계는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들의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보일러업계만 수출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면 미국 수출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2021년 경동나비엔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시장의 매출은 581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수출액 약 7075억 원 중 82.1%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귀뚜라미보일러의 북미 수출은 전체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국 중 2위이긴 하지만 북미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경동나비엔의 2021년 러시아 수출액은 579억 원으로 전체 수출의 8%다. 귀뚜라미보일러 측은 러시아 수출 비중이 5% 미만이라고 전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일러는 정부의 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수출을 진행한다면 타 시장의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수출이 정상화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이 중요하다”며 “그 이후 하루 빨리 보일러 수출이 예전처럼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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