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믿었던 즉시연금보험과 신뢰잃은 소비자보호

입력 2023-01-16 05:00수정 2023-01-1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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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그 알 수 없는 미래(생노병사)에 대비하기 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즉, 가난하게 장수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연금보험 등에 가입하고, 늙고 병들어가는 위험에 대비하여 암, 실손보험, 질병보험 등의 보장성보험에 가입하며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비하여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 등과 같은 사망보험에 가입한다.

그런데 최근 장수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가입한 연금보험과 관련하여 보험가입자와 보험회사 간의 보험금 소송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연금보험은 보험가입자가 보험회사와 약정기간 동안 매월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험금 지급 기한이 도래되면 약속한 보험금을 연금으로 받는 보험상품이다. 그런데 보험료 납부 기한이 10년 이상 길고 보험금을 받는 시점 또한 55세 이상으로 제한되어 연금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고안된 상품이 즉시연금 보험상품이다.

예를 들어 즉시연금보험은 10년간 납입할 보험료를 한꺼번에 일시금으로 납입하고 보험료 납입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현재 소송이 제기된 상품은 일정 기간 연금 수령 후 보험상품 만기 때 낸 보험료 전액을 원금으로 돌려받는 상속 만기형(만기환급형) 연금보험 상품이다.

보험가입자와 보험사 간 다투는 내용을 보면, 보험사는 만기환급금인 보험료 전액의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보험가입자가 납입한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 왔으나 보험가입자들은 약관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아울러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민원을 내고 2018년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신청인이 가입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보험약관에서 매월 연금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해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는 산출방법서의 내용이 약관에 편입됐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한 후 보험사들에게 분조위 결정과 같이 미지급 연금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통보했다.

미지급 규모가 가장 많은 삼성생명의 4300억 원을 포함하여 금감원이 추산한 즉시연금보험의 미지급보험금 전체규모는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에 달하지만,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즉시연금보험 1심 소송에서 대부분은 보험가입자가 승소하였고 법원 역시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 내용과 비슷한 판결을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심은 1심의 판결내용과 다르게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위 소송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우선 보험약관에서 자주 등장하는 순보험료라는 용어를 알 필요가 있는데, 순보험료는 보험계약자가 1억 원으로 보험가입기간 10년의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1억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말하며 통상 6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로 들어가고 9400만 원이 남는다.

사업비는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 1억에서 즉시연금보험을 판매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을 말하는 것이고, 위험보험료란 즉시연금보험 가입 중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하는 보험료를 말한다.

이 순보험료에 보험사가 보험개발원의 공시기준이율인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이자 상당액을 계산한 다음, 이 중 일부는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만기에 1억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업비로 공제한 600만 원의 부족분을 채워야 함)으로 적립하고, 나머지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결국, 은행과 보험의 연금상품은 서로 다른데 은행은 1억+약정이자가 되지만 보험은 9400만 원+공시이율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보험 가입 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제공하는 보험약관에는 사업비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고 사업비가 공제되는 부분은 보험사가 금감원에 제출하는 보험상품 허가신청서의 기초서류인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이하 ’산출방법서‘)’에만 기재되어 있고, 산출방법서는 보험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류가 아니다.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 역시 즉시연금 보험상품 판매 시 가입설계서만을 가지고 보험가입자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가입설계서에 나와 있는 변동이율의 공시이율만을 설명했을 뿐이다.

즉시연금 보험상품에서 연금액은 보험가입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보험 가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보험사 및 보험사를 대신해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는 보험상품 판매 시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험가입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 1억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600만 원 이상을 제외한 9400만 원이 순보험료이고 이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계산하여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설명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하지 않았거나 보험가입자에게 제공하거나 보여주지도 않은 산출방법서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려면 이 또한 보험약관과 같이 보험계약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의무를 이행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험약관 및 가입설계서에 ‘연금월액을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는 문구 때문에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거나 제공하지도 않은 산출방법서를 보험약관 의 일부로 보거나 이를 보험약관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보험계약을 인정하는 것은 보험가입자에게 지극히 불리한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

보험상품은 보험전문가인 보험회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상품이며 그러한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보험가입자에게 산출방법서를 보험약관의 일부 또는 보험계약 체결의 중요한 사항으로 삼으려면 금융감독당국은 향후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후 보험사나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반드시 산출방법서를 설명하도록 보험가입 제도와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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