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예자선 변호사 “이제는 코인 산업의 본질 이야기할 때”

입력 2023-01-13 05:00수정 2023-01-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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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파트너 변호사 인터뷰
코인 업계에 쓴 소리…“본질 봐야 한다”

▲15년 이상 금융 및 핀테크 회사에 몸담은 예자선 변호사는 가상자산 업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전문가이다. 지난 4월 '블록체인과 코인 누가 돈을 버는가'를 펴냈고, 오는 2월 '돈과 정치 사이의 법률: 거짓말이 어떻게 법이 될까요?'를 출판하는 등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자선 변호사)

15년간 핀테크 업계에 몸담은 예자선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가상자산 업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전문가로 유명하다. 지난해 예 변호사는 위메이드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금융위원회에 민원 신고해 ‘위믹스 저격수’라 불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위믹스는 유통량 공시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12월 국내 4대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며 고꾸라졌다.

예자선 변호사는 금융 당국에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줄곧 가상자산에 증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금융위는 이달 중으로 증권형 토큰(ST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증권형 토큰의 범위나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 이전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크립토 겨울 속 가상자산 규제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2023년, 예 변호사는 이제 “코인 산업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라고 말한다. 본지는 12일 예 변호사를 만나 가상자산 업계 상황과 향후 규제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예 변호사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코인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본질”이라면서 “결국 사업이 폰지 구조라는 속성을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은 사업이 실패할 수 있지만, 회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벌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한다. 코인 회사는 코인을 팔아 서비스 제공 등 생태계 확장을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코인만을 팔아서 현금이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한데 투자자들은 서비스 이용보다 미래 상승 가치를 기대하며 투자한다”고 말했다.

예 변호사는 이어 “게임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코인을 준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회사의 사업은 어떻게 존립할까?” 하고 반문하며 “보상으로 코인을 준다고 하지만, 자기들이 제일 많이 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폰지 구조처럼 금방 끝이 난다”라고 강조했다.

예 변호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위믹스와 같은 허위 유통량 공시 문제가 반복되리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인 회사는 코인을 팔아서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이 비즈니스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데 어떻게 안 팔 수가 있을까”라며 “위믹스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업인데 그게 아닌 것처럼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규제한다”고 꼬집었다.

예 변호사는 “금융위가 발표한 신종증권 가이드라인을 보니, 유틸리티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위믹스를 예로 들었던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계약증권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어떤 사업에 투자금을 모을 때 절차를 지키고 하라는 기본적 규제이다. 위믹스 3.0과 P2E는 위믹스 생태계를 조정해서 가격을 올리고 그걸 파는 사업이다. 위믹스를 사는 것은 거기에 투자하는 관계이고, 위믹스가 투자의 대상이자, 투자계약의 징표이기 때문에 투자 계약 증권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를 하자면, 도지 코인 같이 발행자가 아무 사업 약속을 하지 않은 경우는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지코인은 일론머스크 덕분에 주목을 받은 특이 사례이다. 대부분은 판매를 위해서 발행자가 사업을 표방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고, 이렇게 확실한 경우를 규제 대상으로 하면 시장 질서는 저절로 잡힐 것이다”고 주장했다.

예 변호사는 곧 발표될 금융위의 STO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실물 기반 토큰에 대해서 투자계약증권 규제를 받고 사업을 하도록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가상자산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볼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예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디지털자산법의 경우 “산업활성화와 투자자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사업의 본질이 폰지라는 점에서 활성화해야 하는지 자체가 의문이며, 산업이 활성화될 수록 경제와 투자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목적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목적이 모순적이어서 그 법으로는 투자자보호는 달성되지 못하고, 산업에 명분만 주는 악법이 될 것으로 봤다.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최초의 업권법으로 불리는 디지털자산법은 지난해 여야 논의가 늦어지며 해를 넘겼다.

“NFT는 가상자산 생태계 일부…법규 위반 없는지 살펴봐야”

예 변호사는 12일 음원에 대한 NFT를 조각투자로 판매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서비스를 금융위에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금융정보법 가상자산거래업 신고 위반으로 제보했다. 지난해 “금융위에 위믹스를 수차례 민원 신고하며 주목을 받아 신고를 망설였다”면서도 “금융위가 이미 음악 저작권 조작투자 뮤직카우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했고, NFT가 투자의 대상이면 가상자산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제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자체 발행 코인으로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며 NFT를 직접 발행하고 이에 따른 이익을 자체 발행 코인으로 배분한다.

예자선 변호사는 “2022년 들어 유틸리티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투자 침체가 이어지자, NFT 사업이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면서 “NFT가 다른 종류의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기존 가상자산 생태계의 일부이고 자금세탁·투자사기 등의 문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어 변칙적인 법규 위반 행위가 나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예 변호사는 업계나 금융 당국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코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 변호사는 “코인 산업의 본질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 본질에 맞지 않는 얘기들만 하고 있다”라면서 “단순히 백서를 한글로 바꾸고 유통량을 공시한다고 해서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가상자산을 안하는 사람들까지 고려의 대상으로 해서 이 문제를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만 코인을 투자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사업 구조는 경제를 왜곡시켜서 결국 내게 피해가 돌아오기 마련이고, 뻔히 보이는 사실을 거짓말로 덮어서 대충 법을 만드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정신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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