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진술 인정 못해”…대법,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 무죄취지 파기 환송

입력 2023-01-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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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재판장을 맡은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대법원)

대법원이 ‘제주도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제보 진술’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만으로는 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12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A 씨 사건을 무죄취지로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1992년 제주도에서 이승용 변호사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경찰은 광범위한 수사에도 그렇다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묻히는 줄 알았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있다. 2019년 폭력 범죄단체 ‘유탁파’에서 활동해온 A 씨가 자신이 유 변호사 살해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지금은 사망한 유탁파 두목 백모 씨가 피해자를 혼내주라는 지시를 해서 친구인 손모 씨와 상의해 준비했다”며 “상해만 가하려했는데 손 씨가 혼자서 실행하다가 일이 잘못돼 피해자가 사망했다. 손 씨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로 제보 진술했다.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한 뒤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A 씨가 손 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본 것이다.

1심은 A 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A 씨의 제보진술은 신빙성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살인의 고의성 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제보진술의 신빙성은 물론, 범죄 현장의 상황과 피해자의 상처 부위‧내용, 제보진술 내용 등을 종합해 손 씨의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살인죄 부분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다며 무죄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가 의심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혼내주라고 지시했다던 백 씨가 그 당시 교도소에 수감돼있었던 점에서 A 씨 제보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특히 A 씨의 제보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손 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30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에 대한 정황증거도 없고 돈을 어디에 보관했는지 등 진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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