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앤더시티’ 캐리도 받은 비혼 축하금 논란…“저출산 심각한데” vs “공평한 혜택”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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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BO MAX

약혼, 결혼, 결혼식에 아이 선물까지 293만 원을 썼어!
근데 나는 평생 결혼 안 한다면? 아이도 낳지 않고 평생 혼자 산다면?

MZ 세대의 고민 같아 보이지만, 2003년 8월 방영된 미국 TV시리즈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 캐리의 말입니다.

캐리는 친구 키라의 약혼과 결혼식, 득남 축하 파티를 위해 2300달러(약 293만 원)를 지출했죠. 캐리는 결혼하지 않은 자신은 친구에게 축하와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캐리는 키라의 전화 자동 응답기에 “나 결혼해. 나 자신이랑!”이라는 말을 남기고 원하던 선물을 받게 되는데요. 2003년 이미 시작된 비혼인들의 고민, 최근에는 기업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비혼 축하합니다” 축하금부터 건강검진까지 기혼 직원과 똑같은 혜택

비혼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혜택이 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비혼 지원금 제도를 신설했는데요. 2일 첫 지급 대상자가 나왔습니다.

비혼을 선언한 직원은 결혼 축하 혜택과 똑같은 기본금 100% 수준의 축하금과 경조사 휴가 5일을 받습니다. 대상은 근속 5년 이상인 만 38세 이상 직원으로, 별도 증명 없이 회사 경조 게시판에 비혼 선언을 등록한 뒤 지원금을 신청하면 되죠. 비혼 지원금을 받은 직원이 추후 비혼 선언을 철회하고 결혼할 때는 결혼축하금과 휴가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혼 선언 후에는 근속 기간 2년을 채워야 하죠.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9월 ‘미혼자 경조’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40세 이상 미혼 직원이 신청하면 경조금, 유급휴가와 화환을 대신하는 화분을 지급합니다.

비혼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는 기업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은행권은 2019년부터 미·비혼 직원 복지를 늘려 왔는데요. 2020년 신한 은행은 미혼 직원 생일에 ‘욜로(YOLO·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지원비’ 1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기념일 축하금과 같은 금액입니다. ‘본인과 배우자 1인’ 대상이던 건강 검진 혜택도 ‘본인과 가족 1인’으로 바꿨습니다.

이외에도 기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이 미혼 직원 대상 기업 복지를 늘려 왔습니다. 기혼직원에게만 지급하던 영화 관람권, 축하금을 미혼 직원에게도 지원하는 방식부터 미혼 직원만 신청 가능한 드론·요리·필라테스 특강 등을 운영하는 데 이르기까지 혜택도 다양합니다.

“저출산 시기에 비혼 장려라니” vs “평등한 직원 복지일 뿐”

LG유플러스에 ‘비혼 지원금’을 처음 신청한 직원의 비혼 선언 게시글은 하루 만에 2600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사내 게시판에서는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입니다. “본인의 가치관에 의한 선택을 존중한다”는 노경기획팀의 댓글을 비롯한 동료들의 축하 댓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비혼을 택한 사람들도 이렇게 혜택을 받아야 기혼자들이 받는 혜택과 형평성에 맞는 것 같다”, “우리 회사에도 빨리 도입되면 좋겠다”와 같은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한편, “우리나라는 출산율도 저조한데 비혼을 장려하는 거 아닌가”, “비혼을 선언까지 한다는 게 구차해 보인다” 등 부정적 반응도 보였습니다. “기혼자 혜택과 형평성을 맞출 거면 근속 연수 규정도 없애야 한다”는 의견과 “취지는 좋지만, 굳이 게시판에 비혼 선언 글을 올려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비혼 지원금이 결혼 축의금과 형평을 맞추기 위한 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축의금 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한편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듯 보입니다. ‘1호 비혼 직원’이 탄생한 이튿날 LG유플러스에서는 2·3호 비혼 직원이 연달아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재에 앞서 비혼식을 올린 시민이 ‘결혼은 선택! 비혼도 선택!’, ‘결혼은 다음 생에 하는 걸로~’라고 적힌 표지를 든 모습과 재재가 비혼식을 준비하는 장면.(출처=유튜브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EP.1 캡처)

늘어가는 1인 가구에 ‘비혼식’도 등장…핵심은 ‘개인 가치관 존중’

비혼주의는 이제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실제로 1인 가구 비율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39.8만 가구(27.9%)였던 1인 가구는 △2017년 561.9만 가구(28.6%) △2018년 584.9만 가구(29.3%) △2019년 614.8만 가구(30.2%) △2020년 664.3만 가구(31.7%) △2021년 716.6만 가구(33.4%)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5년 만에 176.8만 가구(5.5%포인트)가 늘어난 셈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비혼식’을 올리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연반인’ 재재도 2018년 2월 유튜브 프로그램 ‘문명특급’ 1회에서 비혼식을 올리기도 했죠. 비혼식을 올리는 데에는 ‘미혼(未婚·아직 결혼하지 않음)’이 아닌 ‘비혼(非婚·결혼하지 않음)’을 선언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섹스앤더시티’ 속 캐리의 고민처럼 많은 결혼식에서 냈던 축의금을 받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비혼 문화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MZ세대가 많이 재직하는 일부 기업들에서도 비혼 지원에 대한 논의가 나옵니다. 결혼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반려동물 경조’나 반려동물 관련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기업도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최근의 기업 문화는 비혼을 장려한다는 의미보다는 비혼을 선택한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봐야겠습니다. LG유플러스는 비혼 지원금 도입에 대해 “비혼 장려가 아닌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관 및 선택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임직원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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