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에 방치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주 87시간 근무에 3일은 야간당직

입력 2023-01-04 14:4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전문성 강화방안'
25개 자치구 전담공무원 64명 대상 근로환경 ·업무역량 등 조사
연평균 88.2건 처리 추산…적정 48건보다 2배 많아
교대 근무 체계 아니라 24시간 당직…연차 사용률 41% 불과
신규자 교육 참여율 45%…절반 이상 교육 못 받고 업무

서울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체감하는 연간 아동학대 건수는 88.2건으로 적정 사례 48.8건보다 약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공무원은 주 5일 근무 중 3일 정도는 야간에 재택 당직근무를 하고 있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에 따라 2020년 10월부터 시행돼 배치된 인력이다. 아동학대조사, 학대피해아동 보호조치, 응급조치 등 아동학대 사건 발생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에 개입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4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전문성 강화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8~29일 서울시 25개 자치구 소속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97명(2022년 4월 기준) 중 64명을 대상으로 근로환경·업무역량 등을 조사한 결과 일주일 평균 초과근무 횟수는 2.9회로 나타났다.

당직을 제외하고 일주일 평균 49시간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 평균 약 2.7회 정도 야간에 재택당직을 하고 있어 당직근무를 포함한 일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최대 87시간에 달했다. 이는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야간 및 주말 출동 비율이 출동 요청 건수 대비 80% 이상을 차지해 일반직 공무원들 과 달리 야간과 주말에도 심리적 부담 및 업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공무원들은 교대제 근무 체계가 아니어서 신속 대응을 위해 24시간 당직을 하고 있었다. 25개 자치구 중 12개 구만 재택 당직 수당을 지급하는 등 자치구별 처우 지원 수준도 격차가 발생했다.

이들은 또 평균 7.3일 연차를 썼고 연차사용률은 41.2%에 불과했다. 실제 전담공무원의 약 47.4%가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업무 공백 우려’(44.4%), ‘동료의 업무 가중’(29.6%)을 꼽았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중 학대 조사업무 외에 겸직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22명(34.4%)으로 나타났다. 겸직 업무로는 '보호대상 아동관련 업무'와 '행정업무'가 가장 많았다.

이직을 고려하는지 묻는 질문에 48명(75%)는 이직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으나, 이 중 타 부서로 변경을 고려하는 경우는 31명에 달했다. 이직이나 부서이동 이유로는 높은 직무 스트레스가 23명(48.9%)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근로환경 및 복리후생제도의 부족이 6명(12.8%),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해서가 5명(10.6%)이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담당하는 월평균 사례는 7.4건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기준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연평균 88.2건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아동학대 의심사례 1건당 총 소요시간 30.7시간을 근거로 1년 동안 담당할 수 있는 적정 사례 건수를 48.8건으로 산출해 2배 정도 많은 사례를 담당하고 있다고 봤다.

전체 응답자 중 아동학대 전담업무에 인력추가 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57명(89.1%)을 대상으로 필요한 인력을 조사한 결과, 평균 2.2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으로 배치 후 참여한 교육을 조사한 결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신규자 교육의 참여가 45.7%로 가장 많았다. 아동학대 대응인력 합동 교육은 39.1%, 경력자 보수교육 참여 3.3% 순이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신규자 교육은 아동학대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본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전담공무원이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업무를 하고 있었다.

배치 후 참여한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교육과정, 교육방법, 운영방식 등에 대해 모두 평균 2.8점(4점 매우 만족)으로 대체로 불만족하고 있었다.

아동학대 업무수행의 어려움으로 '24시간 당직 수행 등의 근로 환경'이 43명(3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항의성 민원 대응업무로 인한 어려움' 22명(17.5%), '아동학대 여부 판단에 대한 부담' 21명(16.7%) 순이었다.

보고서는 업무 경감을 위해 무엇보다 인력 확충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추가 배치되는 전담공무원은 아동 관련 경력이 있는 민간 경력자를 적극 채용해 전문인력을 유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7명 기준 아동복지 관련 부서 경력 21명, 민간 경력 17명으로 절반 이상이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160시간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시 교육체계를 운영하거나, 배치 전 소양 배치 후 실무 중심으로 구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실효성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