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2023년 새해 계획은 ‘스마트폰 중독 벗어나기’

입력 2023-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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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과학칼럼니스트

필자는 매년 1월 그 해의 계획을 세운다. 결국 며칠 못 가 잊힐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어떨 때는 계획을 실천하는 일보다 새로운 계획을 만드는 자체가 재미있어서 이러나 싶다. 아무튼 2023년 올해 필자의 새해 계획은 ‘스마트폰 중독 벗어나기’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종일 붙잡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운동하기로 결심했다.

이 계획이 올해 처음 등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번 세웠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사흘은커녕 새해 첫날이 다 가기도 전에 결국은 스마트폰을 찾았다. 핑곗거리도 다양했다. 팀장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지는 않을까, 취재원에게 문자가 오진 않았을까, 다음 주 계획이 뭐였더라, 오늘 속보가 뜬 건 없었나 등….

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이 계획을 지켜야만 한다. 최근 들어 나이 탓인지, 글 쓰느라 노트북을 오래 들여다보는 직업 탓인지 눈이 유독 침침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빠서 스마트폰을 적게 보는 날에는 도로 표지판이나 건물 간판이 평소보다 또렷하게 보였다. 폰이 미치는 악영향이 어마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32개월에 접어든 아이가 스마트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출근한 아빠와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하고 외할머니에게 사진도 보내고, 심지어 그 좋아하는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까지 원할 때마다 짜잔 나타나니 얼마나 신통방통한가.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덕분에 요즘 유아들은 손가락으로 사진첩을 넘기거나 영상을 재생시키거나 사진을 확대 축소하는 일을 대부분 다 한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성인에게보다 어린이에게, 특히 영유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5세 이하 영유아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자주 보면 시력저하,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그리고 여러 발달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의 뇌는 다른 사람과 양방향으로 소통하면서 발달하는데 스마트기기는 일방적인 자극만 준다. 그래서 영유아가 스마트기기를 많이 보면 뇌의 판단능력과 학습능력, 집중력, 언어능력, 사회성 발달 등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한 살 이하 영아에게는 스마트기기를 보여주지 말고, 2~4세 유아에게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필자의 아이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스마트기기 없이도 잘 산다. 뽀로로 영상을 보다가도 ‘스마트폰은 엄마아빠 거니까 마음대로 만지면 안 된다’, ‘스마트폰은 오래 보면 안 된다’고 타이르면 이내 포기한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곧 아이에게 폰을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과는 다르게, 부모 둘 다 손에서 폰을 놓지 않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비단 우리 집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가정에서의 영유아 미디어 이용 실태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 5명 중 1명꼴로 생후 12~18개월에 스마트기기를 보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0~5세 자녀를 둔 부모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또한 아이들이 하루에 스마트기기를 보는 평균 시간은 평일 약 55.3분, 주말 약 97.6분이나 됐다. 스마트기기 외에 TV를 보는 시간도 평일 78.1분, 주말 131.4분으로 나타났다. 하루 2~4시간을 사람이 아닌 스크린과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에 참여한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일을 해야 하거나(70.2%)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보상으로(56.2%), 또는 식당이나 카페,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74.3%) 스마트기기를 보여준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동안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영유아들이 스마트기기를 보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는 점도 확인했다.

지난달 12일 ‘미국의학협회지(JAMA) 소아과학’에는 필자 같은 ‘아들 맘’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연구 결과도 실렸다. 화가 나거나 투정부리는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기기를 자주 보여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는데, 특히 남자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 연구팀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 1년 5개월간 부모 422명과 그들의 3~5세 자녀 42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부모가 아이를 달랠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보여주는 일이 많았다고 답한 가정일수록 아이의 감정이나 기분이 급작스럽게 변하고 충동과 분노, 좌절, 반항 등 과잉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보다는 아들일 경우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이가 화날 때마다 중독성 있는 자극으로 빠르게 무마함으로써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화내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질 것이고 그만큼 스마트기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기감정과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란다면 얼마나 불행인가. 스마트폰과 영유아 관련 국내외 그 어떤 논문을 찾아봐도 스마트기기를 오래 보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이나 행동, 건강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났지만, 이번 새해 계획은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참고자료

· 보고서/가정에서의 영유아 미디어 이용 실태와 정책 과제/육아정책연구소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70936&issus=S&pp=20&datecount=&pg=

· 논문/Longitudinal Associations Between Use of Mobile Devices for Calming and Emotional Reactivity and Executive Functioning in Children Aged 3 to 5 Years/JAMA Pediatrics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ediatrics/article-abstract/2799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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