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이야기] 기후위기는 지금 우리의 문제이다

입력 2023-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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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기후위기로 세계인들이 심신의 병을 앓고 있다

국제협력을 통하여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개최한 최초의 국제회의는 1972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었던 유엔 인간환경회의였다. 이를 ‘스톡홀름회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기후위기 문제를 포함한 각종 지구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조직들의 뿌리를 찾아가 보면 대부분이 스톡홀름회의로 귀착된다. 2022년은 이 스톡홀름회의가 개최된 지 5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하여 개최된 가장 대표적인 국제행사로, 6월에 개최된 ‘유엔 인간회의 50주년 기념식’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인간건강에 미치고 있는 문제를 소개하고 대책을 발표하였다. 기후위기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할 가능성은 좀체 보이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사람들은 심각해져 가는 기후위기에 마주하면서 미래에 대한 절망감으로 슬픔, 두려움, 절망, 무력감을 강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심리적 고통이 심혈관질환이나 자가 면역질환, 암과 같은 육체적 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정신건강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문제를 11월에 이집트의 해양 휴양도시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렸던 제2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도 재차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였다.

오늘날 유럽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점점 과격성을 띠어가고 있다. 이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사람들이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기후위기 문제에 둔감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022년 11월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대다수(84.7%)가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관련 보도가 부족하다(73.1%)는 점과 보도내용에 문제가 있다(67.8%)는 인식을 드러냈다. 시민들이 언론이 제공하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정보에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보도해 왔을까? 한국언론정보학회(2022)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에 보도된 관련 보도의 상당 부분은 우리나라의 국가온실가스감축안(NDC)이 기후변화협약당사국에 보고되었던 2021년에 집중되었다. 그 이외의 해엔 보도량 자체가 매우 적었다. 보도 유형은 스트레이트형(사건, 정책발표, 행사 등 사실 전달 위주의 보도)이 대부분이었고, 뉴스원은 해외언론에 의존비율이 매우 높았다. 매우 무미건조하고(스트레이트형 보도), 남의 나라에서 발생한 사건보도(뉴스원이 해외 언론)를 전달해왔다는 말이다.

학교의 기후위기교육 실태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학교환경교육은 이명박 정권에서 된서리를 맞았고 현재는 거의 고사 상태에 있다. 학교의 환경교과는 대부분 퇴출되었고, 전국 대학에 개설되었던 환경교육과도 교사 수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사라졌다. 지금 학교에선 특별강연 형태로 외부 전문가의 강연이 가끔 이루어지는 게 전부인 상황이다. 2022교육과정에서 선택교과로 기후변화 교과목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그것을 전담할 교사가 양성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후위기 문제에 이론적으로 노출될 기회(학교 교육)도 부족하고 문제 발생과 대응의 실상에 접할 수 있는 기회(언론보도)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의 문제, 아직은 먼 나라의 문제일까?

우리나라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는, (1)북극과 남극 빙하가 엄청나게 녹아내렸고 그로 인하여 북극곰, 남극 펭귄과 같은 생태계가 피해를 받고 있다, (2)열대우림이 개발행위로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3)특정 국가에 극심한 홍수, 가뭄, 폭염, 한파, 태풍의 발생으로 기상재해가 심각하다는 사실과 (4)기후변화당사국회의에서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이 많아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먼 곳에서 심각해진 것이고 우리나라엔 먼 훗날에나 현실로 닥쳐올 문제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것은 지구 규모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극과 북극의 고온화로 대기와 해양의 대순환이 변하고, 그 결과는 세계 곳곳의 기후와 생태계에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현상들도 그렇게 연결되어 나타난다. 기후재해가 어디에서 발생하였든 간에,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 공동의 문제이다. 이 코너(김해동의 기후 이야기)를 통하여 기후위기는 먼 나라 그리고 차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닥친 무겁고 시급한 현안인 이유를 차근히 소개해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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