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진 '전기요금 현실화'…전문가 "독립기구에 요금 결정 맡겨야"

입력 2023-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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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13.1원 올리며 현실화 늦춰져
전기요금 결정 과정서 정치권 개입
결정권, 산업부 장관→전기위원장 등
전문가 "전기위 독립성 강화가 해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 분야 주요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연료비 상승분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는 더 늦춰졌다. 2분기(4~6월)부턴 상황을 고려해 요금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정치 상황과 외부 요인으로 요금 인상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요금 현실화를 위한 대안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며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했다. kWh당 전력량 요금은 11.4원, 기후환경요금은 1.7원 늘어난다.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4021.7원의 부담이 증가했다. 인상 폭도 역대 최대치다.

그런데도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인상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본래 주장했던 인상 폭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했었다. 연료비 상승분에 따라 계산한 수치로, 한전이 연간 30조 원에 달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kWh당 50원이 넘는 인상은 불가피한 상태다.

게다가 1분기 이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분기 이후는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 국내 경제와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로드맵에 대해선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한전의 5년 간 재무건전성 개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적자 해소 대책을 설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한전이 발표한 인상 기준의 4분의 1 정도만 반영됐다. 2분기 이후 명확한 로드맵이라든지 가이드라인이 제시가 안 된 것은 상당히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폭을 한 번에 크게 늘리지 못한 것은 물가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은 0.15%포인트(P)다. kWh당 50원 넘게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물가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장관이 내세웠던 '전기요금 현실화'는 더 멀어질 전망이다. 국제 경기는 내년에도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3분기에는 정치권이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외부 요인과 정치권 개입으로 전기요금 현실화가 늦어지면서 한전 적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와 함께 전기요금 결정권을 독립 기구인 전기위원회에 맡기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다. 경제적인 요인은 고려하되, 지나친 정치권의 개입을 막고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중에 전기위 독립성 강화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칠 것이다. 법 개정까지 필요할 수 있기에 언제 마무리될지는 국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올 상반기에 연구는 끝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금에 관한 결정 권한을 전기위에 최종 권한을 두고 뒤집지 못 하게 하는 방안도 옵션에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역시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단계로 전기위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부처한테) 의견 수렴은 하더라도 결정 주체를 전기위가 하게 만들면 된다. 전기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면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실제 요금 인상이 필요할 때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이 생긴다"며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하고 (전기요금을) 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예측 가능성도 커지고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배 교수도 "(전기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법적 기반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위가 전기요금에 대한 투명한 결정, 한전의 비용 집행 감시,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도매 전력시장의 개선 방향, 전력 공급 인프라 등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법적 기반이 없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결정은) 무역적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빨리 독립적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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