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불쏘시개 된 방음판…급박했던 과천 방음터널 화재 순간

입력 2022-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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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연합뉴스)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투명방음판이 꼽혔다.

소방당국은 29일 오후 1시 49분께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난 불이 터널 내 강풍을 타고 지붕에 옮겨붙으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설치된 해당 방음터널 지붕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소재와 철제로 된 H형강으로 구성돼 있다. 아크릴로 불리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은 대표적인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다. 폴리카보네이트와 함께 국내 방음터널 자재로 자주 쓰이지만 화재에 더욱 더 취약하다. 연소할 때엔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메탄 등의 유독 가스도 발생한다.

이번 화재에서도 방음터널 내부는 열기와 연기로 가득했고 천장이 녹아내리며 '불똥비'까지 떨어졌다.

한국도로공사는 2012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PMMA가 PC에 비해 착화 시점이 약 400초 빠르고, 최대 열 방출률도 더 높다”며 “이는 피해를 키울 뿐만 아니라 (재질 자체가) 화재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방음터널은 전국 국도에 9개, 한국도로공사 관할 고속도로에 14개, 민자고속도로에 25개 등 총 48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소음 민원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음터널은 느는 추세다.

이 불로 인해 5명이 숨졌다. 이들은 최초 불이 난 차량과 관련 없는 승용차와 SUV 등 터널 안에 있던 4대의 차 안에서 각각 발견됐다. 당시 터널 안에는 40여 대의 차량이 고립된 상태였다. 또 안면부 화상 등 중상 3명, 단순연기흡입 등 경상 34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시민들은 "그냥 무작정 뛰었다"며 급박했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트럭의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번졌다. 이후 차량이 뒤엉켰고, 시민들은 차를 버리고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불은 당시 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화재는 해당 트럭과 버스 간 추돌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측은 별도 추돌사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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