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만나면 꼭 받는 질문이다. 그 배경에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이 있다. 내년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김기현·권성동 의원보다 나 부위원장이 더 두드러져서다.
국민의힘 새 당 대표는 내후년 4월 총선을 지휘하기에 공천권을 갖는다. 윤 대통령으로선 공천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만한 측근을 세워야 해 ‘자기정치’를 하는 거물급 정치인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윤심이 반영된 후보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인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돕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다.
다만 권·김 의원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인지도 높은 나 부위원장과 윤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의원이 지지율 1, 2위를 지키고 있다. 뉴시스 의뢰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 17~19일 진행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부위원장 선호도는 26.5%로 1위, 안 의원이 15.3%로 그 뒤를 따랐다.
윤심 후보 당선을 위해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100%로 바꿨지만, 지지층 내 지지율에서도 윤심 후보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으며 고심하는 배경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많아 대놓고 밀어주기 망설여질 것”이라며 “지난 원내대표 선거 때도 윤심인 주호영 의원이 압도적인 표를 받지 못해 구설수가 있었는데, 당 대표 선거에서 윤심 후보가 행여나 낙선한다면 조금 과장해서 조기 레임덕까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나 부위원장을 신임하기도 윤 대통령으로선 어렵다. 당권주자로 꼽히면서 이미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를 내놓은 바 있고, 대선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거물인 만큼 총선 공천에서도 윤 대통령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낼 공산이 커서다.
이런 가운데 나 부위원장은 당권 도전 여지를 남기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 활동에 활발히 나서 언론 노출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도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여러 차례 열며 이민 확대 등 민감한 이슈를 언급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나 부위원장은 내년 상반기에 진행되는 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정에 관해 본지에 수정안 의결 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 귀띔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 참석 여부는 사전협의 된 바는 없고, 오히려 이민 문제로 고심 중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위원장이라 불참할 명분이 없어 부정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로서는 다소 난감하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