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10명 중 7명, 10% 이상 손실… "아는 게 없어서"

입력 2022-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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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 금융소비자 10명 중 3명 "저축 여력 없고, 당장 먹고 살기 바빠"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올해 금융소비자 10명 중 8명이 가상화폐 투자를 경험했거나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확인했다. 다만 가상화폐 투자 경험자의 71.1%는 10% 이상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가상화폐에 대해 제대로 알지 한 채 '묻지마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보고 투자 중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을 29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서울, 수도권 및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고 본인 명의의 은행을 거래하는 만 20~64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가상화폐 평균 투자액 883만 원…'묻지마 투자'로 10명 중 7명 투자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에 관한 관심은 높았다. 금융소비자의 25.4%는 "수익률이 높을 것 같아서" 가상화폐 투자를 했거나 투자하려고 알아봤다고 응답했다. "가상화폐 투자를 경험했거나 고려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82.7%에 달했지만, 현재 투자중인 비중은 15.6%에 그쳐 가상화폐 열풍이 실제 거래까지 직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보고서는 "새로운 투자 상품임을 감안할 때 관심과 거래율 모두 큰 반향을 불러올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평균 투자액은 883만 원이었다. 300만 원 미만 소액 투자가 62.3%로 일반적이었다.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자 경험자의 71.1%는 누적 수익률이 10% 이상 손실을 봤다고 응답해 10% 이상 수익자(26.8%)의 2.7배에 달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실패 원인으로 '묻지마 투자'가 꼽혔다.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한 지식 수준을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그쳤다. "약간 안다"는 응답자가 17.6%, "들어는 봤으나 자세히 모른다" 27.5%, "잘 모른다"는 32.7%,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19.6%를 기록했다.

특히 투자 유경험자조차 33.8%만 지식을 보유했고, ‘잘 안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가상화폐 투자는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거래 중단 이유로 수익률 하락이 가장 높게 응답돼 상대적으로 투자가 활발한 MZ세대의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월 평균 가구소득 489만 원…평균 저축 여력 150만 원 수준

월 평균 가구소득은 489만 원, 매월 고정된 소비·보험·대출상환·저축납입 등으로 지출되는 돈은 421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윳돈은 68만 원으로, 고정 저축·투자금 및 여윳돈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저축 여력은 소득의 30.9% 수준인 150만 원이었다.

금융소비자의 45%는 저축 여력이 소득의 30%를 밑돌고, 12.7%는 소득보다 지출이 커 저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올해의 재정·경제적 목표에 대해선 금융소비자의 17.9%가 "당장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답했고, 13.4%는 "재정 목표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식은 MZ세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저축 여력이 부족해 미래를 대비할만한 여유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10명 중 8명 은행 '모바일 앱' 이용…지점 이용은 신뢰도·안전성 때문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과 무관하게 금융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금융 채널은 '모바일 앱'이었다. 최근 6개월 내 은행 모바일 앱 이용자는 82.1%로, 지점 이용자보다 2.2배 많았다. 특히, 지점 이용자의 66.2%가 분기 1회로 가끔 방문하는 것에 비해 모바일 앱 이용자의 84.0%는 주 1회 이상 빈번하게 접속해 이용 빈도에도 차이를 보였다.

반면, 대면 채널 이용자는 지점 방문이 필수적인 업무 처리뿐 아니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거래', '추가 혜택 기대', '본인 맞춤의 자세한 관리 및 정보 수집' 때문에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대면 채널에 대한 신뢰와 거래 확신 등의 심리적 이유는 베이비부머뿐 아니라 모바일 이용이 높은 Z세대에서도 비교적 높은 응답을 보여 모바일 앱과는 다른 대면 채널만의 이용 가치·목적이 확인된다.

주거래은행 중요도 61.1%…2명 중 1명 "향후 신규 금융기관과 거래 의향"

금융소비자는 거래하는 여러 은행 중 본인의 금융거래 규모, 빈도 등을 고려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한 곳을 '주거래은행'으로 정의했다. 주거래은행 한 곳의 거래 중요도는 61.1%로, 금융 거래 시 심리적·물리적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향후 신규 금융기관과 거래를 시작할 의향은 51.6%, 기존 거래 기관을 이탈할 의향은 54.0%로 나타났다. 핀테크나 빅테크는 단기적으로 1년 내 거래 의향이 높은 반면, 전통 금융기관은 장기적으로 노후자금 관리를 위한 거래 의향이 높게 조사됐다.

금융기관과 거래를 강화하거나 이탈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이용 편리성'이었다. 특히, 모바일·인터넷 채널의 이용 편리성은 거래 강화에, 영업점 이용의 불편함은 거래 이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업권 간 경계가 없는 치열한 경쟁 여건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황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소비자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이번 보고서가 금융소비자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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