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버티기가 ‘벼랑 끝’ 예산협상 유도…여소야대 극복 발판되나

입력 2022-12-23 15: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잡월드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 앞서 청소년 직업체험관 우주센터 부스를 방문, 교신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여야가 최초로 정기국회 회기까지 넘기며 지난한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됐다. 정부·여당은 헌정사 최초 준예산 사태, 야당은 윤석열 정부 첫 예산 발목잡기 비판 부담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인데, 이처럼 서로 벼랑 끝에 서는 협상을 한 데에는 여야 의견차 외에 윤석열 대통령의 ‘버티기’가 작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쟁점이 됐던 내용은 서로 한 발짝씩 양보했다. 정부·여당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절반으로 깎였고, 지역화폐 예산은 민주당 요구 규모의 절반만 반영한 것 등이다. 세제의 경우 법인세 1%포인트 인하로 접점을 찾았다.

내용만 보면 이미 앞선 협상 과정에서 제시됐던 바다. 그럼에도 난항을 겪었던 건 윤 대통령의 강경 태세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법인세 1%포인트 인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일찌감치 중재안으로 제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수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한 데 따라 여당에서 비토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강경 태세를 보인 건 오히려 여소야대를 극복키 위한 것으로 읽힌다. 원만하게 협상할 경우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탓에 협상 내용과 상관없이 적당히 타협하며 끌려 다니는 그림으로 보이기 십상이고, 집권 첫 예산부터 국정 기조를 관철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층에 면이 서서다.

거기다 내년 2024년도 예산 협상에서는 오히려 타협의 여지를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래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협상을 재연하지 않으려 하는 데다, 내후년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라 지나친 정쟁은 서로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총선 표심에 호소하는 데 예산 합의를 활용하고 있다. 거대야당의 발목 잡기로 첫 예산부터 고초를 겪은 점을 부각시켜 여당의 보다 많은 의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여야 예산 합의에 대해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면서도, 주 원내대표는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밑협상에 애썼다는 점을 귀띔하며 민주당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