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중동을 다시 보자

입력 2022-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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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동국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중동을 다시 봐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중동의 모습은 석유 자원 부국, 이슬람 문화, 종교 갈등, 고대문명 발상지, 무장 테러, 미국 같은 강대국과 줄타기 등 여러 가지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교차한다. 연세 드신 분들에게는 1970년대의 중동 건설 붐으로 많은 오일 달러를 벌어온 기억이 남아 있다. 최근 우리에게 다가온 중동의 모습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

얼마 전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을 극진히 환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공항으로 영접을 나가고 윤석열 대통령이 면담하면서 양국 간 교역 증진과 우리 기업의 사우디 투자 참여를 요청했다. 빈 살만의 야심 찬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은 7000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투자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대표가 면담하고 현장을 방문한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는 우주산업으로, 바레인은 제2의 실크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인 월드컵 축구경기가 지금 중동의 조그만 나라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김치를 전달하고 격려했다. UAE 등 중동 6개국에 수출한 한국 식품 수출액이 3억 달러에 이른다. 과거의 중동이 아니다. 중동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다. 중동의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이 인식해 대통령이 직접 중동을 방문하고 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했다. 필자는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이란과의 교역 증진과 문화교류를 활성화를 위해 김치 시식행사, 한국 농식품 판매행사 등 여러 행사를 개최했다. 한류 열풍도 높아 밤늦게 TV를 틀면 한류 드라마가 많이 나왔다. 한국 식품에 대한 현지인의 반응도 매우 좋아 우리의 중동 진출 가능성을 크게 봤다. 식품의 경우는 ‘할랄‘식품 규정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도 있으나 중동은 큰 시장으로 여겨졌다. UAE 두바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동 지사를 설치하여 정보수집, 전시, 홍보 등 거점 역할을 하도록 했다. aT 중동 지사는 한국 식품의 중동이나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얼마 전 농촌 진흥청은 UAE에 벼농사 재배를 성공시켰다. 몇 가지 기술적 사항만 보완하면 우리는 사막에서 벼농사를 성공시킨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앞선 농업 기술도 수출상품이다. 식품 기업인 농심은 중동 오만에 스마트 팜을 수출할 계획이다. 수출 규모는 20만 달러로 크지 않으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함량, 광량, 영양분 등 환경 조건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팜은 한국 농업의 위상을 크게 높여줄 세계적 상품으로 기대된다.

중동의 가능성은 크나 만만하지 않다. 강대국의 역학 관계나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을 잘 극복해야 한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틈새를 치고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과의 패권 다툼의 연장선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품목에 간식으로 사용되는 견과류 피스타치오를 포함한 것도 봤다. 이란의 미사일 관련 기술이 북한에 흘러 들어갈 우려도 있다. 북한 군사 기술을 보는 이스라엘의 눈초리는 매우 날카롭다. 대중동 교역 증진이 중요하나 곳곳이 지뢰밭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이슬람 종교, 문화나 식습관, 국민 정서도 잘 살펴야 한다. 국내에 할랄 관련 식품을 제조코자 하니 기독교단체의 반대가 심해서 좌절됐다. 국내외적으로 치밀한 준비와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중동 전략은 오해나 편견을 버리고 불가능은 없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인구 7만의 조그만 소도시 두바이를 300만의 국제도시로 만든 저력을 봤다. 향후 20년 이내에 두바이를 600만 인구의 국제도시로 만들겠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공항이 이전하고 난 후적지를 ‘두바이식’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기대가 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의 중동보다 미래의 중동이 더 중요하다. ‘중동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2009년 미국의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2040년경에는 독일, 미국, 튀르키예, 한국(GUTS 국가· Germany, United States, Turkey, South Korea) 등 4개국이 세계를 리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않은 나라에서 사상누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중동이 향후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높은 인플레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EU에 가입하고자 하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줄타기 외교를 본다. 오스만 튀르크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에르도안 대통령도 강대국 사이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도 중동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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