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히잡 미착용 이란 女 선수, 결국 자택 강제 철거당해…"정의는 어디에"

입력 2022-12-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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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 대답하고 있는 엘나즈 레카비. (EPA=연합뉴스)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한 엘나즈 레카비(33)의 집이 철거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 시각) 이란 독립 언론 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북서부 잔잔주에 있는 레카비의 자택이 지난달 강제 철거됐다. 레카비가 국제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매체는 주택이 무너지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는데, 영상에서 레카비의 오빠 엘나즈 다부드(35)가 이를 지켜보며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울부짖는 모습도 담겼다. 바닥에는 레카비가 그간 수상한 메달들도 널려있었다.

영상을 촬영한 익명의 남성은 “이것이 이 나라에 산 결과이자 이 나라를 위해 많은 메달을 딴 챔피언한테 일어난 일”이라며 “열심히 노력해 국가의 이름을 드높였는데, 국가는 (다부드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뒤 집을 부수고 떠났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매체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으며, 오빠 다부드는 미상의 ‘위반 사항’ 때문에 약 5000달러(약 651만원)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라며 “레카비는 지난 10월 문제의 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란 당국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종합 4위에 오른 엘나즈 레카비. (AFP=연합뉴스)

이에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레카비 집이 철거당한 건 맞지만, 이 집이 공식적인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문제의 영상은 레카비의 히잡 문제가 발생하기 전의 일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레카비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레카비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최근 이란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레카비는 해당 경기에서 최종 4위를 차지하고 지난 19일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후 이란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라커룸에서 대기하다 급히 경기에 나가야 했다.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바빠서 히잡을 깜빡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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