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환경·공공’ 강요에 동력 잃은 리모델링…서울시 ‘거꾸로 행정’ 도마

입력 2022-11-30 16:08수정 2022-11-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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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지원팀서 ‘지원’ 삭제
“그간 용적률 혜택 쉽게 가져가…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 위해 개편”
새 운영기준 따라 혜택 세분화
공사비도 천문학적으로 늘어

서울시가 리모델링 용적률 운용기준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부서명에서도 ‘지원’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조직 개편이라는 서울시의 해명에도, 서울형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앞으로 지원사업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8월29일부로 주택정책실 산하 공동주택지원과 리모델링지원팀을 공동주택지원과 리모델링팀으로 개편했다. 기존 부서명에서 ‘지원’을 뺀 것으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친환경·공공성 부담을 늘렸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기부채납에 대한 별도의 의무규정이 없었는데, 이제는 친환경과 공공성을 확보해야만 용적률 혜택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김장수 서울시 주택정책실 공동주택지원과장은 “리모델링 단지가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용적률을 쉽게 가져갔는데 최소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편했다”고 말했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고쳐 쓰는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일환으로 중구 남산 타운, 구로구 신도림 우성1·2·3차, 송파구 문정시영 등 시범단지 7곳이 선정됐다. 리모델링 단지에 기본계획 수립 등과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커뮤니티 시설이나 주차장 등 일부 시설을 지역 사회에 개방하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 (자료제공=서울시)

시는 지난해 11월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정비 최대 20% △녹색건축물을 조성 최대 20% △열린놀이터·공유주차면 등 지역친화 시설 설치 최대 30% △상업시설 등 가로활성화 등 최대 10% 등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논란이 있던 만큼 수혜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결정을 환영했고, 용적률 기준을 완화해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친환경과 공공성 부담을 늘린 형태로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각종 용적률 인센티브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기존 인센티브 항목의 적용치를 낮추면서 사실상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새로운 운영기준은 이전보다 용적률 완화 혜택이 더 까다로운 것이 특징이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최대 12% △신재생에너지 공급률 적용 최대 3% △전기차 충전소 설치 최대 4% 등이 신설됐다. 그간 서울시는 친환경 건축물 항목에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최대 20%)만 적용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정했는데 이를 세분화해 줄였다.

자연친화시설 항목의 경우 △개방형 주차장 조성 최대 8% △보도형·차로부속형 전면공지 조성 최대 8% 완화기준이 새로 추가됐다. 지능형 건축물 항목에선 지능형 건축물 인증과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가 지능형 건축물 인증으로 통합돼 인센티브가 20%에서 10%로 감소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사당동 우성2·3단지, 극동, 신동아 4차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문제는 서울시가 친환경과 공공성을 고집하면서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700가구 규모) 단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률 적용’ 인센티브(최대 3%)를 받기 위해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20억 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리모델링단지 조합장은 “새 운영기준에 맞춰 용적률 30% 완화 혜택을 받으려면 지금보다 공사비가 200억 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리모델링이 재개발·재건축보다 친환경적인 건 자명한 사실인데 구태여 친환경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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