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의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기업실적 부진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역외 시장참가자들의 달러화 매수 포지션 여파로 30원 이상 급등 마감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32.00원 급등한 1354.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증시가 밤사이 이틀째 조정 국면을 연출했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1개월물 선물 환율은 전장대비 7.50원 오른 1332.00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에 원ㆍ달러 환율은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상승 재료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전날보다 12.50원 오른 1335.00원으로 '갭업' 출발하는 모습이었다.
1330원 중반에 거래가 시작된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 장 중 내내 상승으로 방향을 완전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역외 시장참가자들의 지속적인 달러화 '사자' 포지션 구축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수급측면에서도 미 어닝시즌 불안 우려에 따른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역송금 수요와 금요일에 집중된 배당금 수요가 몰리며 원화값 하락에 일조했다.
국내 은행권 참가자들도 수출업체 네고 물량에 좀처럼 환율 상승 포지션에 베팅하기 힘들었지만 오후들어 숏 커버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역외 참가자들과 함께 환율 상승에 동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해빙 모드가 점차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하향 조정 싸이클에 놓였던 환율이 기술적으로 1200원선 진입에 실패하면서 이날 미 어닝시즌 우려와 맞물려 상향 조정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경팔 외환선물 투자공학팀장은 "이날 환율 상승에 가장 큰 재료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의 쏠림 현상"이라며 "밤사이 역외에서 이같은 소식을 반영, 달러화 매수 포지션을 이미 구축했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국내증시가 그동안 외국인 순매수세 유입에 따른 반등세가 지속됐지만 안전 자산으로 달러화가 재부각되면서 이날 매도 포지션으로 변경한 결과, 달러화 역송금 수요가 발생하며 지수는 끌어내리고 환율은 올리며 시장 불안 우려를 재차 키웠다"고 덧붙였다.
김명실 현대선물 금융공학팀 주임은 "오는 주말로 예정된 배당금 수요도 원화값 하락의 재료로 작용,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일조했다"며 "외환시장 마켓메이커인 역외 참가자들이 재차 환율 상승에 재차 베팅할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