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퇴출 대란 후폭풍 - ③
-잦은 경영권 교체,엉뚱한 신사업 추진 회사는 '접근금지'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폐지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퇴출 이후 제3시장(프리보드)로 옮겨 가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편, 퇴출 대란을 겪은 투자자들은 물론 사채시장도 퇴출 징후 기업이나 우려가 있는 상장사에는 근처에도 얼씬 거리지 않고 있다.
특히, 사채시장에서는 코스닥 인수자금이나 증자 자금 등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간신히 퇴출을 면한 기업들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 기업, 프리보드 진입도 어려워
금융투자협회는 장외거래 시장인 프리보드(제3시장)의 종목 지정 요건을 강화키로 했다.
올해 한국거래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폐지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이 무분별하게 프리보드로 옮겨올 경우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법인은 감사의견이 없어도 프리보드에 지정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지난달 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22개 상장사는 원할 경우 프리보드에서 거래될 수 있다.
하지만 금투협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부정적 의견'이나 '의견거절'일 경우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업보고서의 내용을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없어, 최소한 '적정'이나 '한정'의 감사의견은 있어야 프리보드 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고려 중 이다.
또 대주주나 임직원의 횡령이나 배임 등에 연루된 기업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소한 다음 지정신청을 받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재 거래소에서 퇴출된 후 프리보드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2000년 4개를 비롯해 총 10개다. 이번 프리보드 지정 요건 강화는 상장폐지되는 기업들이 프리보드에 진입,시장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금시장‘꽁꽁’
코스닥시장에 대한 퇴출로 자금시장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금융권에서의 자금 조달은 이미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끊긴 상태에서 그나마 의지하던 곳은 사채시장.
하지만 이번 퇴출 대란으로 된서리를 맞은 사채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사채시장에서는 신규 자금은 커녕 물린 자금과 불안한 기미가 있는 상장사에 들어간 자금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 이다보니, 상장사 인수자금이나 증자 자금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명동시장 관계자는“퇴출 대란 이후 코스닥 관련 자금이 씨가 말랐다”며“전주들 중 간혹 관련 자금을 내놔도 할인율(선취수수료, 대출이자)을 30%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코스닥기업 CFO는“자금조달을 위해 사채시장에 가도 구할 곳이 없다”며“한 달에 10%가 넘는 고금리라도 쓰려는 기업이 줄을 섰다”고 설명했다. 이 CFO는 “이런 식으로 자금시장이 경색이 지속될 경우, 퇴출을 간신히 넘긴 상장사들 가운데 쓰러지는 곳들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퇴출 상장사 공통점은(?)
상장폐지실질심사까지 도입된 이상 부실종목에 돈을 넣는 위험한 투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어떤 상장사 투자를 피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이번에 퇴출되는 상장사에서 공통점을 찾아 보면 답이 나온다는 조언이다.
코스닥에서 최근 퇴출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 잦은 경영권 교체, 엉뚱한 신사업, 기술개발은 뒷전인체 잦은 증자를 하는 기업이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붙이려는 시도가 있기도 했지만 실제 수익창출보단 대부분이 주가 부양에 맞춰져 있는 경우. 또 경영권이 1~2차례가 아니라 수차례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과 새로운 경영진 사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횡령이나 배임 등 형사사건이 비일비재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코스닥 퇴출사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오던 기업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미디어코프나 디에스피, 포이보스 등이 대표적이다.
미디어코프는 지난 2006년 이후 이렇다 할 영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영화 배급을 위해 100% 지분 투자를 통해 만든 스튜디어2.0 역시 배급 시장에서 타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노블루, 도움 등에서는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대표이사 등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감자 등으로 인해 주주와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증권사 코스닥 담당 연구원은“코스닥 기업 중 일부에서는 아직도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들이 코스닥 투자를 할 때 기업을 철저히 파악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