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타트업 845개 육성…‘창업 요람’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입력 2022-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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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2012년부터 10년 동안 460개 스타트업 지원
선발 시 사무실, 전 직원 식사, 최대 1억 창업지원금 제공

▲삼성전자가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C랩은 실패를 용인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길 바라기 때문이죠.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은 이같이 밝혔다.

C랩은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말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는 우수 사내벤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수 있도록 ‘스핀오프’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C랩은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달성할 것 같은 만만한 목표보다 높은 목표를 잡아야 실패도 많지만, 결과도 창대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사하는 스타트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초기 사업자금을 투자하고, 안정적 정착을 위해 창업지원금까지 지급한다. 스핀오프 후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5년 내 재입사를 가능하도록 했다.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2018년에는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만들었다. 그해 삼성전자는 5년간 외부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하고 304개를 선발해 지원했다.

C랩을 처음 도입한 2012년 이후 육성한 스타트업은 845개(외부 460개, 사내 385개)에 달한다. 그중 521개(스핀오프 61개+아웃사이드 460개)의 스타트업은 현재까지 1조3400억 원의 투자 금액을 유치하고, 87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C랩 아웃사이드 4기 주요 스타트업들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되기 위한 조건은 사실상 단 두 가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일 것. △설립한 지 5년 이하일 것. 국내 유망한 초기 스타트업이 뿌리 내리고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발굴ㆍ지원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사업체로서 매출이 안정화되지 않았더라도 오직 ‘역량’만 있으면 선발돼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초기 창업단계로서 ‘최고의 혜택’이 주어진다. △최대 1억 원의 사업지원금 지급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내 전용 업무공간 및 전 직원 식사 제공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삼성전자 및 관계사와의 협력 기회 연결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의 지원이다.

특히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의 경우 초기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재무 기반 5개년 사업계획 수립 △데이터 기반 마케팅 △조직 차원의 목표 관리 및 팀워크 구축(OKR)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스타트업들이 ‘데스밸리’(죽음의계곡)로 불리는 3~5년 차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2일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심규현 렛서 CEO가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다솜 기자 citizen@)

AI 개발 및 운영 플랫폼 스타트업 ‘렛서’는 이 같은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심규현 렛서 CEO는 카이스트 AI대학원 재학 시절 C랩 아웃사이드에 지원하기 위해 같은 연구실의 교수, 학생들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C랩 아웃사이드 4기로 선발된 덕에 렛서는 창업 1년 만에 5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직원 수도 초기 5명에서 15명까지 늘었다. 현재는 맞춤형 재무 컨설팅을 통해 5개년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안정적인 회사 운영체계까지 갖추게 됐다.

심 CEO는 “처음에는 비즈니스 경험이 아예 없었어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했는데,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로봇 배달 플랫폼 ‘뉴빌리티’는 삼성전자 관계사와의 협력 기회를 얻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를 통해 삼성웰스토리,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내 골프장, 리조트에 식음료 배달과 판매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임직원 75명의 규모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현재까지 268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C랩을 거쳐 간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C랩 패밀리’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과 투자를 확대하고 C랩 패밀리간 교류 확대, 각종 C랩 행사 참석, 홈커밍데이 등을 통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C랩 운영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날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은 “C랩을 통해 창업 5년을 지난 업체들의 모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C랩을 졸업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규모들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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