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닭’이 국룰? 프랜차이즈·마트 치킨 크기 따져보니

입력 2022-11-23 15:00수정 2022-11-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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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소비자원의 치킨 프랜차이즈 메뉴별 중량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교촌치킨의 특정 메뉴 중량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부각되자 업체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일었던 닭 크기 논란이 다시 소환됐다. 해외에서 2kg 내외의 닭이 주로 소비되는 것과 달리 국내 프랜차이즈업체의 치킨 대부분은 1kg 내외의 10호 생닭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이다.

◇같은 10호 닭을 쓰는데 중량은 ‘케바케’…“조리법 차이”

23일 본지가 한국소비자원의 ‘프랜차이즈 1마리 열량, 많게는 1일 섭취기준의 약 1.5배’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개 브랜드 치킨의 제품 24개 중 네네치킨의 ‘쇼킹핫치킨(1234g)’의 중량이 가장 높았다. 이어 처갓집양념통닭의 ‘슈프림골드양념치킨(1101g)’, 굽네치킨의 ‘치즈바사삭(974g)’도 상위권이었다. 반면 교촌치킨의 ‘교촌 오리지날(625g)’과 ‘교촌레드오리지날(698g)’,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간장치킨(679g)’의 중량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소비자원 발표 이후 중량이 작은 치킨에 이름을 여럿 올린 교촌치킨에 대한 비난은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병아리 치킨’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교촌이 맛은 있는데 닭이 작긴 하더라” 등 중량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작은 닭을 사용하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교촌치킨은 즉각 반박했다. 교촌치킨에 따르면 통상 bhc와 BBQ, 굽네, 네네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통상 한마리 치킨의 경우 951~1050g인 10호 닭도체(생닭)을 사용하고, 다리나 날개 등을 따로 파는 부분육의 경우 11호(1051~1150g)를 쓴다. 두마리 치킨의 경우 이보다 작은 9호 생닭(851~950g)를 사용한다. 교촌 역시 10호 생닭을 주로 사용해 재료의 중량 차이는 없다.

하지만 최종 치킨 중량은 조리법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보통 치킨은 10조각 내외지만, 교촌 오리지날은 바싹한 식감을 위해 21조각에 얇은 튀김반죽으로 오랫동안 익혀 수분과 기름기가 빠져나가 중량이 줄어든다. 삼겹살을 바싹하게 굽는 것과 같은 원리”라면서 “담백한 맛을 위해 양념을 확 뭍히는게 아니라 붓으로 일일이 얇게 바른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8호닭 쓰는 ‘당당치킨’은 6990원으로 절반값도 안해…왜?

치킨업계에서 한마리 메뉴에 10호 생닭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대형마트 치킨은 이보다 작은 8~9호 생닭을 주로 쓴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8호 생닭을, 이마트의 생생치킨은 9호 생닭을 사용한다. 10호 생닭의 중량은 951~1050g 사이인 반면, 8호는 751~850g, 9호는 851~950g다. 하지만 교촌 오리지날이 1만6000원에 팔리는 것과 달리 당당치킨의 6990원으로 가격 차이는 훨씬 크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치킨 가격 역시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싸다.

대형마트 치킨 가격이 저렴한 이유로는 8~9호 생닭의 대량 구매에 따른 원가 절감이 우선 꼽힌다. 과거 대형마트는 치킨 프랜차이즈와의 직접 대결을 피하기 위해 2마리 치킨을 주로 판매했다. 그러다 보니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8~9호 닭을 주로 사용했다. 대형마트는 대량으로 생닭을 매입하는 만큼 에누리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유통 구조 단순화도 저렴한 가격의 한 이유다. 이미 갖춰진 제조 시설과 인력을 이용해 판매까지 담당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프랜차이즈 본사는 도축된 닭을 도계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여기에 1000원 정도의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다. 유명 모델비 등 광고비가 붙고, 기름과 치킨 무 등에도 본사 마진이 더해진다. 가맹점도 수익을 남겨야 하는 만큼 소비자 가격은 더 불어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와의 경쟁도 피하고, 4인 가구를 대상으로 2마리 치킨을 팔다가, 1~2인 가구가 타깃으로 변했지만 기존에 쓰던 8~9호 생닭을 그대로 쓴게 최근 대형마트 저가 치킨의 시작”이라며 “반응도 좋은데 생닭 사이즈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당치킨 (홈플러스)

◇ 한국인은 8~11호 닭만 먹어야 할까?

치킨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가 8~11호 생닭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닭 크기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치킨과 비교해 1kg 내외의 10호 닭은 병아리로 보일 만큼 작다는 의견이다. 실제 글로벌 표준 방식으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의 로티세리 치킨은 국내 규격에도 없는 2kg 내외의 생닭을 조리해 1.2kg의 중량으로 판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계의 ‘작은닭’ 사용이 ‘숨겨진 마케팅’ 전략이라고 본다. 3~4인 가구 기준으로 1마리를 주문하기에는 아쉬운 중량을 제공해 추가 주문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국내 육계 유통 시장에서 1.5kg짜리 닭이 유통되는 상황을 비판하며 “작은 닭은 우리가 먹는 1.5kg짜리, 대형 육계는 세계인이 먹는 2.8kg짜리”라며 “큰 닭이 더 맛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상 1.5kg 닭의 내장과 깃털 등을 제거하는 가공과정을 거치면 1kg 내외의 10호 생닭 사이즈가 된다.

이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는 “1.5kg 닭은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라고 반박하며 맞선 바 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국내 소비자들은 큰 닭의 육질은 질기다고 생각해 10호 닭의 육질을 가장 선호했다. 그래서 ‘치킨=10호 닭’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이즈에 따라 실제 맛이 달라지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맛은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부분”이라며 “생닭 크기 논란은 닭소비에 영향을 주고, 가맹점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민감한 소재”라면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와 교촌치킨, 굽네치킨, 꾸브라꼬 숯불두마리치킨, 네네치킨, 노랑통닭, 멕시카나치킨, BBQ, bhc, 아주커치킨, 60계치킨, 처갓집양념치킨, 푸라닭 등 12곳의 치킨 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현재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열량과 당류, 나트륨 등 영양성분 표시를 2024년까지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중량 표기에 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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