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에 희생된 초등학생 유가족 2억2천 배상 판결…30년 만에 밝혀진 진실

입력 2022-11-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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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초등생 사건 피해자의 오빠 김현민(왼쪽) 씨와 법률대리인 이정도 변호사(오른쪽). (뉴시스)

연쇄 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유족이 국가로부터 2억 2000만 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17일 수원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이춘근)는 김 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 1억 원, 형제에게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위법 행위로 유족은 피해자인 김모(당시 8살) 양을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 사망 원인에 대해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당했다”라며 “국가는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경찰이 김양으로 보이는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를 은닉했다”라며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족은 김양의 사망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장기간 고통받았고, 사체도 수습하지 못했다. 이런 피해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하기 어렵다”라며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훼손돼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유족 측은 4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지만 일부만 받아들여졌다. 피해자의 부모가 소송 제기 후 사망했으므로 위자료 2억 2000만 원은 모두 김 양의 오빠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재판 후 유족 측 변호인은 “유족 입장에서는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제도가 ‘국가배상 손해배상’ 판결이었는데, 당시 경찰의 위법 행위와 그 책임이 인정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당초 손해배상 청구액은 2억5000만 원이었지만, 부모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사망에 이른 점을 고려해 4억 원으로 높였다. 30년간 실체적 진실 발견이 지연된데 대한 유족의 충격이 부모의 사망과 무관하지 않음에도 청구취지 금액 전부가 인정되지 못한 점은 상당히 아쉽다”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김양은 1989년 7월 7일 경기 화성시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실종됐다. 경찰은 다음 해 김양의 사건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했고 이후 30년 가까이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춘재의 자백으로 김양 가출 사건은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수사본부는 당시 담당 경찰관 2명이 김양의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발견했음에도 불구,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미 처벌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어려워졌고 이에 유족들은 지난 2020년 3월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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