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실력으로 승부한다”
#전문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불황의 골이 더 깊고 오래 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반드시 있는 법이다. 전대미문의 불황과 금융위기 속에서 이같은 진리를 몸소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이들이 있다. 특히 연봉 삭감을 논하는 요즘에도 억대 연봉을 자랑하며 위기를 기회고 삼고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금융전문가들과 세일즈맨들을 만나 본다.
#본문
◆"고객의 마음을 얻어라"-국민은행 이정걸 재테크팀장
불황이 깊어지고 장기화되면서 더욱 주목받는 직업이 있다. 바로 개인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금융주치의’라 PB(Private Banker)다.
하지만 규모를 떠나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때론 재산을 목숨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저마다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PB가 되는 길은 보통 사내공모를 통해 이뤄지지만 외부인력 영입할 경우 보통 ‘억대 연봉’은 기본이다. 재산가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PB의 몸값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민은행 이정걸(사진) 재테크팀장은 약 200여명의 고객의 자산관리를 도와주고 있는 대표적인 PB 중의 한명이다. PB로서 뛰어난 능력과 경험을 고루 갖춘 그이지만 언제나 ‘평범한 촌부’라고 자신을 낮춘다.
“전문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에 최우선한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기에 앞서 마음을 얻는 것, 즉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 모든 것이 허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팀장은 재테크 상담이나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기에 앞서 고객의 가족관계에서 취미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관심을 갖고 친구가 되어 준다.
그의 고객들이 대부분 돈이나 명예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이 팀장의 이같은 세밀한 관심은 그를 더욱 신뢰하게 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 있어 이 팀장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기보다 고객의 목표 수익률에 맞춰 계획대로 관리해 나가는 것에 핵심 가치를 둔다. 그의 자산관리 철학과 고객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고객은 만족할 수 없다.
이 팀장은 “가끔 돈 벌자고 저를 찾아오시는 분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PB서비스의 본질은 오랜 시간 안전하게 자산을 키우는 것이라 설명한다”며 “고객과 목표에 대한 뚜렷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첫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억에서 수십 억원의 자산을 맡기는 이들이 PB를 찾을 때는 단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고 가치있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 팀장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한다. 고객의 궁금증에 ‘좀 더 알아보고 알려 준다’는 대답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의 마음을 얻고 끊임없이 준비하는 모습이 그를 이 시대 손꼽히는 PB 중의 하나로 만든 비결이 아닐까. 앞으로 재산가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PB들도 꾸준히 늘어나겠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이정걸 팀장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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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꿈을 보험으로 꽃피우다-대한생명 장윤아SM
매일 아침 수원에 위치한 대한생명 인계브랜치(BR)의 아침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전문노래선생님의 노래 지도에 맞춰 모든 FP들이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기 때문이다.
노래 지도를 맡고 있는 선생님은 인계BR의 4팀장이자 전직 가수였던 장혜경 SM(사진.49세). 현재 대한생명 ACE클럽 회원인 그녀는 탁월한 유머감각과 전문적인 금융지식으로 최고 FP반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7살 꼬마였을때부터 꼬마가수라고 칭찬을 받았던 장혜경SM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졸업 후 음악교사로 활동했지만 감출 수 없는 끼는 그녀를 주부가요교실의 강사로 이끌었다.
노래교실 강사로 인기를 얻은 장혜경SM은 가수의 길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음반 취입을 준비한 그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장윤아'라는 가명으로 1집 '보여주세요'와 2집 '여자랍니다'를 발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심수봉씨를 관리하는 매니저를 둔 인연으로 5개월 가량 심수봉씨의 문하생을 지내기도 했다. 그녀는 "심수봉 선생님이 제게 노래를 불러 주는 순간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수 인생은 점점 힘들어져 갔다. 방송출연을 위해 관계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기획사 재무담당이 돈까지 떼어먹고 도망하는 바람에 그녀는 라이브카페를 전전하며 노래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펑펑 울면서 심수봉씨에게 받은 한 곡의 악보를 돌려줬다. 그렇게 그녀는 가수의 꿈을 접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 지인이 대한생명 FP란 직업을 소개했다. 잘해보자는 다짐으로 시작한 FP의 길은 전직가수의 화려함에 가려 처음부터 어려웠다.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내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수록 결과로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평일엔 고객을 만나고, 휴일엔 부족한 금융관련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다. 다년간의 교사경력, 노래교실 선생님의 유머와 함께 정확하고 논리적인 금융지식을 무장하자 고객들은 그녀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는 전직 가수란 경력을 살려 고객들에 친근하게 다가갔다. 한 회사 사장님과의 상담과정에서 회사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사에 참석해 축하 공연을 벌이는가 하면 재무설계정보와 함께 재미있는 연예계 이야기로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영업을 시작한 지 5개월 후 그녀는 2007년 신인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후 2년도 채 되지않아 200여명의 고객을 관리하며 ACE 클럽 회원으로 대한생명 최고FP 반열에 올라섰다.
ACE 클럽 회원은 연간 신계약 월납 초회보험료가 2000만원 이상이고, 13회 계약 유지율이 90% 이상인 초특급 설계사들만으로 구성돼 있다.
많은 실적을 올리는 만큼 고객서비스 기준도 까다로워 실적이 아무리 높아도 고객과 민원이 발생하거나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
장혜경 SM의 성공 비결은 '노력의 즐거움'이다. 그녀는 "보험영업은 노력하면 결과가 나타나니까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노력 이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이제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가수로서 '대상'은 못 받았지만 FP로서 '여왕'의 자리에 도전하겠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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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연속 '판매왕' -현대자동차 혜화지점 최진성 차장
극심한 경기침체에 모두가 힘들어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이 있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지난해 차를 300대 이상 판매해 8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사람이 있다. 현대자동차 혜화지점에 근무하는 최진성(사진) 차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 차장에게 전화를 하니, "최진실입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이메일의 닉네임 역시 '최진실'.
"최진실씨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진실되게 살고 싶은 마음에 최진실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그는 휴대전화가 2대다. 한대는 고객과의 통화를 위해, 다른 하나는 고객이 언제 차를 샀고, 차량 상태가 어떤지 찾기 위해서다. 이런 성실성이 없었다면, 매일 차 한대씩 팔 수 있는 능력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8년 연속에 판매왕에 오른 것은 어쩌면 근면, 성실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모래위에 집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 다음 필요한 것이 실천이겠죠. 이것만 잘 갖춰져 있으면 어려울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차를 일년에 300대 팔면 그의 연 수익은 얼마정도 될까? 세금을 빼지 않으면 2억원 정도 됩니다. 하지만, 세금 36%을 빼고 판공비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자동차 판매 외에도 강의를 다니느라 더욱 분주하다. 매달 2번 정도 대구에 위치한 대경대학 자동차딜러과에 강의를 하러 내려간다. 그외에도 일주일에 2~3회 정도는 기업체 강의가 잡힌다.
이 힘든 일정 속에서는 그는 이 모든 것이 차를 팔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치열한 경쟁을 즐긴다"
■증권·자산운용사의 꽃-애널리스트
자본시장의 중심에 위치한 주식시장에도 억대 연봉자들은 즐비하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꽃이라 불리며 해당 기관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바로 이들이며 억대 연봉을 받는 수 많은 직업 중 하나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는 흔히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찾아 정확한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를 발굴하고 보다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 기업과 개인의 올바른 소통을 위한 연결 고리이자 메신저 역할을 수행한다.
외견상으로는 애널리스트가 맡고 있는 이러한 작업이 화려하게 비춰질 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매일 새벽 별을 바라보며 출근해 밤사이 쏟아진 국내외 뉴스를 챙기고 쏟아지는 자료와 씨름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할 각오가 우선돼야 한다.
연일 새로운 보고서를 만들어 주식시장에 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위한 기업탐방과 기관투자자 및 펀드매니저와의 미팅도 비일비재하다.
분초를 다투는 주식시장에서 긴장감 유지는 필수다. 주식시장이 시작되면 전화기는 연신 울려대고 쉴새 없이 자판을 두드리며 주식시장을 둘러싼 정보 전쟁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 직업이 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딱 일주일, 아니 단 하루만 이 일을 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고서 한 장에 시중의 투자 자금 몇 천억원이 오간다는 생각을 하면 그리 쉽게 볼 일이 절대 아니다”며 “주식시장은 가격을 갖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매일매일 시장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상당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모 기업의 대규모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 기간 동안 법인 영업팀과 펀드 매니저를 상대로 홍보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진땀을 뺀 경험이 있다"며 "단순한 분석 보고서 작성 만이 업무의 다가 아니라 홍보와 영업 마인드 역시 이 세계에서는 필수적이라는 것을 재차 느꼈다"고 조언했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단순히 정확하고 참신한 보고서 작성 만큼이나 이러한 보고서 '마케팅' 노하우도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를 위해 애널리스트 스스로를 세일즈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명성과 몸값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D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반 직장에 비해 몸값이 상당히 높다고 하더라도 애널리스트의 억대 연봉 역시 주식시황에 철저히 연동된다"며 "시장의 좋았던 지난 2~3년전과 달리 현재는 경쟁도 치열하고 철저히 실력으로 평가하는 시장 풍토가 자리잡아 점점 자리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억대 연봉을 받고 '주식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그리 업무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진정으로 애널리스트라는 일을 즐기고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을 끊임 없이 유지할 각오가 되어 있는 준비된 인재 만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게 기존 애널리스트 선배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