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금융허브' 지위 유지에 안간힘...싱가포르는 맹추격

입력 2022-11-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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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3년 만에 대규모 금융행사 개최
팬데믹 이후 금융 인재 이탈·투자활동 대폭 축소
‘제로 코로나’ 우려 여전...최소 5명 경영인 참석 못해
싱가포르 새 아시아 금융허브로 급부상

▲존리 홍콩 행정장관이 2일(현지시간) 열린 '글로벌 금융 리더 투자 서밋'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홍콩/AP뉴시스

올해 새로 취임한 존리 홍콩 행정장관이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 사수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간 본토의 '제로 코로나' 정책 부작용으로 글로벌 금융사들과 인재들이 홍콩을 떠난 사이 싱가포르가 무섭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금융관리국(HKMA) 주최로 글로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글로벌 금융리더 투자 서밋'이 이날 홍콩 포시즌호텔에서 개막했다. 홍콩에서 대규모 대면 금융행사가 개최된 것은 3년 만이다.

이날 행사에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를 비롯해 제임스 고몬 모건스탠리 CEO, 마이클 채 블랙스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내로라하는 120개 글로벌 금융사에서 온 대내외 금융 전문가 200여 명이 참여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개막식 연설에서 "홍콩은 글로벌 이점과 중 이점이 하나의 도시에서 합쳐지는 세계 유일한 장소"라면서 "홍콩은 아시아의 중심이며 항공 화물의 허브이고, 5개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있으며 중국 시장과 인접해 있어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의 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밋은 무역에서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 인권, 대만 이슈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행보에 서방 국가가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나왔다.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의 입김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는 3년 새 크게 흔들린 상태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신뢰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서밋 역시 코로나 규제 영향으로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블랙스톤의 조나단 그레이 대표와 씨티그룹 CEO 제인 프레이저를 비롯한 최소 5명의 금융사 임원진이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 지표 역시 암울해진 상태다. 당장 기업공개(IPO) 시장만 봐도 상황을 알 수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홍콩증시 IPO는 74% 급감하면서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여파에 홍콩증권거래소(HKEX)도 올해 3분기 6개 분기 연속 이익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 철퇴를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도 홍콩의 채권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홍콩 채권 발행액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진 것이다.

이 여파에 홍콩 역내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악화했다. 투자 가능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홍콩 고액자산가 수는 지난해 기준 3.1% 감소한 18만2000명을 기록했다.

▲3월 29일 싱가포르 래플스 플레이스의 한 거리를 한 여성이 걷고 있다. 신화뉴시스

반사이익은 싱가포르의 몫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외환거래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서 7%로 줄었다. 반면 싱가포르는 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금융 시장 활동이 약화를 꼽았다.

싱가포르를 찾는 투자 자금도 급증했다. 싱가포르통화청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4480억 싱가포르 달러의 해외 자금을 유치했다. 전년 대비 59% 증가한 규모다. 실제로 미국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에서부터 인도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회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거물들이 개인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아시아 거점으로 홍콩 대신 싱가포르를 택하고 있다.

이렇게 유입된 막대한 자금은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블룸버그는 5년간 최대 2만 개의 금융 영역의 고용이 창출돼 금융 허브 활성화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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