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에 전기·가스·수도 23.1% 상승…2010년 이후 최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올라 석 달 만에 전월보다 오름세가 커졌다. 국제 유가 하락에 석유류 가격의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상승하고, 가공식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한 영향이다.
통계청은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9.21(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4.1%)에 4%대를 넘어선 이후 5월(5.4%)에는 5%대를 돌파했고, 6월과 7월엔 각각 6.0%, 6.3%씩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8월(5.7%)과 9월(5.6%)에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10월에는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반등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가 10.7%, 가공식품이 9.5% 각각 상승하면서 공업제품이 6.3% 올랐다.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전월 2.32%포인트(p)에서 2.20%p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석유류의 경우, 지난 6월(39.6%) 정점을 찍은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7월(35.1%), 8월(19.7%) 9월(16.6%)에는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농·축·수산물의 상승세 또한 둔화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5.2% 상승했지만, 전월(6.2%)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축소됐다. 채소류(21.6%)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은 7.3% 올랐고, 채소류 중에서는 배추(72.3%), 무(118.1%) 등의 상승세가 컸다. 농산물에서는 쌀(-15.0%), 고구마(-14.9%) 등의 가격이 내려갔다. 축산물과 수산물의 상승률은 각각 1.8%, 6.5%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3.1% 상승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모두 인상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물가 기여도는 9월 0.48%p에서 10월 0.77%p로 확대됐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상승세는 여전히 가팔랐다. 개인서비스는 6.4% 올라 전월과 같았지만, 상승률로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식 물가는 8.9% 상승했고,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4.6% 각각 올랐다. 외식 중에서는 치킨(10.3%), 생선회(9.2%) 등의 가격이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8%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4.2% 상승했다. 각각 2009년 2월(5.2%), 2008년 12월(4.5%)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 상승률과 같았다. 신선식품지수도 11.4% 상승해 전월(12.8%)보다 오름세가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전기·수도·가스의 오름세가 확대되며 전월보다 상승 폭이 0.1%p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