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전에 드리운 '美의 그림자'…정부 "문제 없다"

입력 2022-10-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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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10기 수출 계획에 탄력
美 웨스팅하우스 견제 지속 가능성↑
한국형 원전 장점 부각해 경쟁 나서
박일준 차관 "최선의 노력 다할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APR1400 원자력발전소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폴란드 민간 업체가 주도하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며 ‘원전 10기 수출’에 불씨를 지폈지만, 이면에선 미국의 매서운 견제가 드러났다. 폴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 수주에서 밀렸고, 향후 원전 수주전에서도 미국의 견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정부는 한국형 원전의 강점을 부각하며 남은 수주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폴란드 민간발전사 ZEPAK, 국영 전력공사 PGE 등이 주도하는 원전 사업을 위한 MOU를 폴란드 국유재산부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이 ZEPAK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 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사업에는 한국형 APR1400 원전 기술이 투입됐고 최대 4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집트 4기 원전 사업이 30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폴란드 민간영역 원전 4기 사업비는 300억 달러, 한화로 42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 6기 건설이 아닌, 폴란드 민간 업체 주도의 사업이다. 정부 주도 사업은 한수원의 경쟁 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형 원전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정해진 사업 기간에 원전 건설을 마무리했던 경험이 있어 원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 수주도 이런 이유로 한국형 원전 수출 가능성이 컸지만, 국제적인 정세 탓에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정부와 IGA(정부 간 협정)를 맺을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유럽 정세가 불안하기에 미국과 관계를 위해서라도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현실적으로 특정한 나라와 IGA가 체결되면 절반 이상 (수주 가능성이) 넘어갔다고 보는 게 정상적”이라며 “폴란드도 정무적인 판단으로 처음부터 미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미국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민간 주도의 사업을 따내면서 원전 수주에 불을 지폈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필리핀 등의 원전 사업에서도 웨스팅하우스와 경쟁해야 하기에 불안 요소는 남았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을 상대로 ARP1400의 기술 수출 제한을 해달라고 제소까지 한 상태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남은 수주전에는 웨스팅하우스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을 전망이다. 폴란드는 미국과 NATO 동맹으로 맺어진 특수한 관계고, 다른 국가에는 한국형 원전의 장점을 부각해 꾸준히 소통 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형 원전은 세계 무대에서 저렴한 비용과 우수한 사업성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또 APR1400은 이미 300여 개의 해외 특허를 보유한 상태라 웨스팅하우스의 제소도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박 차관은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체코는 상대적으로 한국형 원전의 장점에 관해 잘 알고 관심도 많은 나라”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 외 국가와 관련해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최근에, 최신의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강점으로 말할 수 있다”며 “관심 있는 나라들은 다 한국형 원전에 대해 물어본다”고 자부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와 법적인 문제가 있지만, 현명하게 잘 풀어서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해가도록 하겠다”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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