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 높이고 녹지숲으로…2024년 첫 삽
상가 상인 반발은 여전…“합의점 도출 중요”
“서울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이라 아까웠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개발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너무 낙후돼 있어 창피했는데, 고층빌딩과 녹지숲이 들어선다면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에게도 국격을 높일 기회가 되지 않겠어요? 이번만큼은 정부와 지자체가 빠른 실행력을 보여줬으면 합니다”(세운지구 인근 주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취임 시 개발 공약 1호로 내세운 세운지구가 새로운 모습으로 본격 탈바꿈한다. 오 시장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리브고슈(RIVE GAUCHE)를 찾아 세운상가 일대를 복합 빌딩과 녹지가 어우러진 ‘녹지생태 도심’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선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도심 재개발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지난 4월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전략의 규제 완화 방안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큰 틀에서 △구역통합 기준 등 개발방향 △규제완화사항 △공공기여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시는 잘게 쪼개져 있는 소규모 구역을 적정 규모 단위로 묶어서 개발하는 ‘통합형 정비방식’으로 추진한다. 통합되는 구역의 개방형 녹지는 대지면적의 35% 이상으로 조성하고, 중앙부 공원을 설치해 대지의 녹지공간을 50% 이상 확보해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녹지 조성에 따른 혜택은 용적률 규제 완화로 사업자에게 돌려준다. 개방형 녹지 조성 시 높이규제를 완화하고, 의무녹지비율보다 초과해서 녹지를 조성할 땐 높이와 용적률 혜택을 추가로 부여한다. 특히 을지로 주변은 용도지역을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해 높이 제한을 완화한다.
최대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도심재창조과 주무관은 “선제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재정비촉진계획을 내년 8월 최종 고시해 이르면 2024년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을지로 중심상업지구의 경우 용도를 상향해 160m 이상 건물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도심권의 스카이라인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현재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한화빌딩과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시그니처타워가 세운상가 일대 스카이라인을 책임지고 있는데 높이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양한 건물이 이를 채울 예정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4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중구 충무로4가 A공인 관계자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비계획이 계속 바뀐 탓에 개발 동력을 잃고 쇠퇴했던 곳”이라며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재개발 사업들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고 했다.
다만 개발 추진 이전에 개발을 반대하는 상인들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평생 일한 터전을 잃게 됐다며 현실적인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전체 녹지비율을 높이면서 일부 용도지역을 상향해 다양한 용도와 높낮이로 도시 경관을 디자인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며 “세운지구 상인들에겐 생계를 유지하는 터전일 수 있으므로 사익과 공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원만히 진행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