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형준 단장 “韓 반도체 ‘초격차’ 깨졌다...연구인력 양성 절실”

입력 2022-10-28 05:00수정 2022-10-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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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본지 인터뷰

김 단장 “韓 반도체 위기는 기술력 초격차 잃은 탓”
위기 극복 위해 반도체 패키징, AI 반도체 기술 개발 강조
사업단, 초당 1000조번 연산하는 AI 반도체 개발 목표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이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반도체 ‘초격차’가 깨진 순간 한국 반도체 산업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2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핵심·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2020년 설립한 범부처 공동사업단(공익법인)이다.

사업단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총 1조96억 원의 예산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관련 국책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추후 후공정 분야에 예비타당성조사가 필요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김 단장은 최근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위기에 빠진 것에 대해 기술력 ‘초격차’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기술력으로 다른 반도체 업체들을 압도해왔지만, 현재 그 격차가 크게 줄면서 경쟁력이 휘청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최근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YMTC가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 추격을 당하면서 메모리 1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대만 TSMC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더 심각하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파운드리를 제외하면 1.6%에 불과하다.

위기 극복 위해 기술 ‘초격차’ 이뤄야…패키징 기술력 중요

위기 극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내 반도체 업체가 다시 ‘초격차’를 유지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 단장은 그중에서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단계인 패키징(후공정)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은 회로 선폭을 줄이는 ‘스케일 다운(Scale-down)’ 기술이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이후 스케일 다운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업체는 패키징 기술에서 세계 10위권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인텔, TSMC, ASE 등 해외 업체가 패키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상황과 대비된다. 그 사이 대만은 ASE를 필두로 패키징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며 전 세계 5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김 단장은 “그간 국내에서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지 못했던 만큼 한국의 기술력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반도체 산업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이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1PF 연산기능 갖춘 AI 반도체 개발 중

이와 함께 김 단장은 더 큰 시장과 성장 가능성을 가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돌파구로 꼽았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시스템 반도체가 시장 규모 등에서도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를 통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사업단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이다. 최근 5년간 R&D 예비타당성 사업 중에서 1조 원 규모가 넘는 것은 차세대지능형 반도체 사업이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3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능형 반도체 시장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엔비디아와 AMD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현재 사업단은 1페타플롭스(PetaFLOPS)의 연산능력을 가진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이는 1초에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김 단장은 “현재 GPU가 1페타플롭스를 연산하기 위해 300W(와트) 이상의 전기를 소비하는데, 300mW(밀리와트)만을 소모하는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면서 “자가학습이 가능한 인간의 뇌를 모방한 프로세스의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건전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 필요…“연구인력 양성은 필수”

이러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현재 칩메이커(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OSAT(패키징·테스트 외주업체), 소재·부품·장비 등의 생태계가 열악한 상황이다.

김 단장은 “하나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소재, 장비 업체뿐 아니라 후공정을 할 패키징 업체도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 칩메이커 외에 다른 생태계는 매우 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글로벌 아웃소싱이 가능했지만, 현재 전 세계가 국수주의로 전환했기 때문에 생태계 자체를 국내에 만들지 않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혁신인력 15만명+α 양성계획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초격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반도체 관련 인력양성 방안’을 통해 반도체 혁신인력 15만 명+α를 양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단장은 단순히 반도체 인력을 많이 양성하는 것보다, 고급 연구인력을 얼마나 키우는지가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매년 1억 달러의 교육비를 지원해 200여 개 대학이 공동으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미국 반도체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인력이 많다고 해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연구가 가능한 고급인력으로, 이를 양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훌륭한 인력이 육성되면, 그 인력을 통해 훌륭한 기업이 생기고 종국에는 우리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넘버원이 될 수 있다”면서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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