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 피할 순 없을까? 문제는 ‘킹달러’

입력 2022-10-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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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추이 (통계청)

9월 외식물가는 9.0% 오르며 지난 1992년 7월(9.0%)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위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밀가루와 팜유 등 가격 오름세는 전체 외식물가를 밀어올렸다. 하지만 끝난 건 아니다. 이번에는‘킹달러’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 1500원 선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외식업체들은 또다시 수익성 악화를 고민해야할 처지에 내몰렸다. 소비자들 역시 외식 물가가 더 오를까 노심초사다.

라면이나 스낵 등 가공식품에서 밀가루와 식용유 등 대부분의 원재료는 수입산을 사용하는데, 이들 식품에서 원재료 비중은 통상 40~50% 내외이며, 높은 경우 60%를 웃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진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러시의 배경에는 이같은 곡물가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 소맥 선물가격은 올해 상반기에만 80% 뛰었고, 팜유 현물가는 무려 147% 솟구쳤다. 상품 제조 3~6개월 전에 원재료 매입에 나서는 만큼 올 상반기 곡물가 폭등은 내년까지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곡물가 부담에 식품업체들은 대체 원료를 사용해 매입 비용 관리에 나섰지만, 맛과 제조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극히 일부분에 한정됐다. 빙그레는 올 상반기 아이스크림 등 3개 품목을, 크라운제과는 지난 7월 스낵 등 13개 제품에 사용하는 해바라기유를 카놀라유로 바꿨다. 해바라기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세계 공급량의 70%를 차지한다. 오뚜기는 마요네즈에 사용하는 수입산 계란을 국내산으로 대체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일부 원재료에 해당되며, 가격 보다는 수급 불안정으로 사용하는 측면이 커 수익성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쟁이 장기화되며 한동안 대체 원료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 곡물가가 문제였다면, 올 하반기 새로운 골칫거리는 ‘환율’이다. 식품업체나 외식업체는 환율이 오른 만큼 같은 원재료를 더 비싼 가격에 사들여야하는 만큼 원가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원·달러환율은 최근 14년 만에 144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달러값이 1200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상승세는 20%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0.06%p(포인트) 높아진다고 봤다.

실제 올 초 가격을 올렸던 식품·외식업체들은 하반기 또다시 가격 인상을 나서며 물가를 밀어 올렸다. 농심은 지난달 라면과 스낵 가격을 각각 11.3%, 5.7% 올렸고, 오리온과 팔도, 오뚜기, 빙그레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뚜레쥬르는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7월에 제품가를 인상했고, 롯데리아와 KFC, 맘스터치, 맥도날드도 연초에 이어 올 하반기 또 한번 비싸졌다. 교촌치킨과 BHC, BBQ, 굽네도 지난해부터 가격을 올리고 있고,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폴바셋 등도 연초 가격을 올렸다.

(연합뉴스)

문제는 업계 안팎에서는 달러값 1500원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의 추가 긴축과 에너지 위기 등으로 환율 상단을 1490선”이라고 봤고, 하이투자증권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최소 연말까지 킹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만큼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가격 뿐만 아니라 수급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면서 “국제 가격이 안정된다고 하더라고, 환율에 따라 비싸게 매입해야하는 만큼 당분간은 수익성 압박에 대한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내년 초 가격 인상 러시가 또다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종가기준 (한국은행)

하지만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외식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54.2%는 식품업계가 이윤 증대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답했다. 전날 열린 국감에서도 국민의힘 안병길 국회의원은 “식용유와 밀가루 등 다 할당관세 적용을 하고, 세금 공제도 해준다”면서 “혈세와 정책의 효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인지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나서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이때다’ 하고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면서 “기업이라면 혁신적인 원가 관리와 재료 조달 방안을 마련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농심과 오리온이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지난달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농심은 이날부터 신라면 등 26개 라면류 가격을 평균 11.3%,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업계 1위인 농심과 오리온이 값을 올리자 다른 식품기업들의 추가 가격 인상까지 전망되며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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