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팬데믹 이후의 풍경

입력 2022-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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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특임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요즘 대학가는 신학기를 맞아 학생들로 북적이고 여기저기 축제까지 많아 그야말로 활기가 차고 넘친다. 필자가 출강하고 있는 연세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백양로를 걷다 보면 젊음이 넘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대학이란 우리 모두의 미래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활기는 바로 미래의 희망이 가득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지난 2년 반 대학 캠퍼스는 을씨년스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면 강의가 대부분 취소되고 동아리 활동도 대폭 축소돼 동급생이나 동기생 간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 안팎의 상권마저 크게 위축돼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제 코로나19로 촉발된 비상상태가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대학을 포함한 학교 사회 전체가 빨리 예전의 학교다운 학교로 돌아가야 하겠다.

또 하나, 서울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인 명동도 점점 활기를 되찾고 있다.(물론 서울에 명동 말고도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 여럿 있지만, 필자가 명동 부근에 살고 있어서 방문할 기회가 많은 곳을 예로 드는 것뿐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명동거리를 다닐 때는 서글픈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북적거리던 거리가 텅 비고 폐업하는 가게와 이에 따른 임대 안내가 나붙은 점포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가 우리말보다 오히려 더 많이 들릴 정도로 영업이 잘됐는데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 명동을 가보면 완전히 철수했던 길거리 노점들이 많이 돌아와 장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한창 때에는 못 미치는 듯하지만 길 중간을 걷기 힘들 정도로 제법 많은 노점들이 몰려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한때 문 닫았던 점포들이 하나둘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상권이 회복되기 시작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제 팬데믹은 끝나가고 많은 부분이 정상을 회복하고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경제상황을 보면 낙관만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 때문이다.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및 재정정책의 대폭적 완화 기조를 택했기 때문에 그 후유증이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난 것이니,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팬데믹에 의해 초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팬데믹에 따른 공급 차질이 일반적 비용 상승을 초래해 인플레이션의 다른 요인이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의한 원자잿값 상승, 그리고 미·중 간의 패권 다툼에 의한 세계적 공급망 차질 등이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또 다른 원인인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팬데믹에 의한 직접적 문제점들은 사라져 가고 일상은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팬데믹에 의해 초래된 ‘실제의’ 문제점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본격적 후유증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앙헬 구리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팬데믹의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알려진 바대로 각국은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대책이 가져오는 또 다른 문제점, 즉 그로 인해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 등에 대해서는 이전 기고에서 지적한 바 있는데, 실제 이자율 상승 등에 의한 어려움은 우리 주위에서 이미 관찰되고 있다.

또 하나 걱정되는 점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공조가 매우 중요한데 현재 그것이 잘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는 그렇지 못하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는 전 세계가 합심해서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그만큼 위기극복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와 거리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젊은이만이 아닌 모든 사람의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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