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뱅 ‘ARM 빅딜’ 삼성과 협력”… 이재용 ‘손(孫)’ 잡을까

입력 2022-10-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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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손정의 회장 방한…일주일간 체류
이재용 부회장 만나 ARM 전략적 제휴 논의
컨소시엄보다 지분 투자 방식에 무게 실릴 듯
단독 인수 부담 ㆍ경쟁당국 견제 최소화 방향

이번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만나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인 ‘암(ARM)’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ARM 인수 방법을 두고 이 부회장이 어떤 카드를 택할지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일 산업계에선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두고 단독 인수가 아닌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를 통한 전략적 제휴 또는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인수 등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RM의 인수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며 “ARM을 단독 인수하는 비용이 최대 100조 원 가까이 할 수도 있는 데다, 인수하더라도 투자 대비 그만큼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전자가 어떤 방식이 더 좋고 이득이 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여전히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설계 부문의 경쟁력 확보와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달성을 위해 ARM 인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었다.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시스템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기술들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자산(IP) 세계 1위 기업이다.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리며 현재 판매되는 AP의 90% 이상이 ARM 설계 기반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비전펀드가 25%를 갖고 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벤처 투자 펀드다.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의 반도체 칩 (AP뉴시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소수 지분 투자 방식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 후 IPO를 추진하고 있다. ARM은 최근에 IPO 전문가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올해 상반기에만 5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손 회장이 ARM 지분 매입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 달러(약 56조 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규제 당국의 독과점 지적으로 올 초 무산됐었다. 당시 유럽연합(EU), 영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ARM의 특허를 무기로 경쟁사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업계는 삼성전자 역시 독과점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가 단독 인수의 부담은 줄이면서 경쟁 당국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분 인수로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ARM과 첨단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내놨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의 인수·합병(M&A)을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중국 기업을 컨소시엄에 넣게 되면 미국 정부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1일 오후 방한한 손 회장은 입국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비즈니스 목적”이라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과 전략적 제휴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아마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께서 서울로 오신다. 그때 어떤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손 회장이 이 부회장뿐 아니라 SK하이닉스 경영진과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월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ARM은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며 “ARM M&A를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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