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동 간 거리 줄인다는데…‘닭장 아파트’ 우려 커진다

입력 2022-09-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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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시가 아파트 동 간 거리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닭장 아파트를 양산해 입주민의 주거환경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물 간격이 짧아지면 그만큼 사생활 및 조망·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 개발 이익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자 서울시는 다양한 단지개발을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같은 대지에 있는 공동주택 간 거리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례가 개정되면 동 간 거리 기준이 건물 높이의 0.8배에서 0.5배로 줄어들게 된다.

동 간 거리 기준 개선을 통해 공동주택 건설 시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경관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다만 사생활 보호, 재난 상황 등을 고려해 건물 간 최소 이격거리(10m)는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 간 거리 기준이 완화돼 단지 내 건물 간격이 좁아지면 주거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생활 침해 문제가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현행 10m인 최소 이격거리 기준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가구 수가 늘지 않더라도 아파트 간격이 줄어들면 개인 프라이버시나 조망권 침해 등 주거 환경이 악화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소 이격거리 기준도 10m는 너무 짧아서 좀 더 넉넉하게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환용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동 간 거리를 건물 높이의 0.8배에서 0.5배로 낮춰주면 단지에 따라 육안으로도 옆 건물 내부가 다 보일 수 있다”면서 “사생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소 이격거리를 10m로 설정한 것은 의미가 없다”며 “형식적인 기준일 뿐 10m 거리에 있으면 옆 건물 주민과 육성으로도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택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동 간 거리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아파트 간 거리가 줄어들면 정해진 최대 용적률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용적률이 정해져 있지만 동 간 거리 때문에 다 활용하지 못하는 단지들이 있다”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 간 거리 기준을 완화해 허용된 용적률을 다 찾게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이사장은 “결국 사업성 개선을 위한 일”이라며 “정확한 시뮬레이션 없이 일률적으로 동 간 거리를 완화해주면 주거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 단지가 정해진 용적률을 이미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지 못한 필지는 동 간 거리 때문이 아닌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로운 디자인이나 설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이번 조례 개정의 취지”라며 “사업성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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