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통보 반나절 만에 데려갔다”...생이별에 눈물바다 된 러시아

입력 2022-09-23 13:54수정 2022-09-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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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 출발 한 시간 전 담당자가 데리러 와”
징집되는 사람들, 가족들과 눈물로 작별 인사
국내 혼란도 감수한 동원령, 관리 여력 없다는 분석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군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동원령과 관련해 예비군 30만 명이 징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만 명 규모의 군 동원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러시아 남성들에게 징집 통지서가 날아왔다. 차량까지 마중 나온 가족들은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남편과 아들, 친구와 인사를 나누며 슬픔에 잠겼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내 징집 대상자 집합 장소에 도착한 드미트리(25)는 아버지와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아빠는 아들을 향해 "몸 조심해라"고 당부했다. 드미트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침에도 아무런 말이 없더니 갑자기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오후 3시까지 대기하라고 한 지 한 시간 반 뒤에 담당자가 와서 지금 출발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부모님과 동생,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나를 데려간다"고 전했다. 학생 신분인 자신이 이렇게 빨리 징집될 줄은 몰랐다고 그는 말했다.

트위터에도 징집된 남성들이 가족과 작별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동부 네륜그리 지역 군사동원센터를 촬영한 한 영상에는 남성들이 버스에 오르기 전, 가족들과 껴안고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내렸지만 사실상 이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가 새로운 부대를 훈련하고 장비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는 지휘 통제, 물자 공급, 사기 진작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 기간 동안 엄청난 규모의 장비 손실을 입었으며 일부 부대에서는 전력의 50~90%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물류를 감시해온 트렌트 텔렌코 전 미국 국방계약관리국 품질관리감사관은 “현재 러시아에는 대규모 인력 동원에 필요한 시설도 이들을 관리할 장교도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실제로 2008년 군 현대화와 전문화를 목표로 한 군사 개혁을 거쳤다. 이때 과거의 방식대로 수많은 징집병을 관리할 인력이나 지휘 구조 등을 없앴다.

러시아 내에서도 징병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징병을 피하려는 많은 러시아인들은 해외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강제 징집에 반대하는 잠재 탈영병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패저 장관은 현지 매체에 “용감히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독일에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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